정부가 무증상·경증 코로나19 환자에 한해 입원 대신 자가 치료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의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 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전국적인 병상과 인력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넘은 상황에 맞게 병상의 효율적인 운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경증 환자의 경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가 치료 방식을 도입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 가능한 병상을 늘리는 방안과 중증과 준중증 환자 간 이송 체계의 효율화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자신의 집에 머무는 자가 치료는 일부 사례에 한정돼 있다. 확진자가 만 12세 미만 소아이거나, 확진자에게 돌봐야 할 아이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이럴 경우 의사의 확인을 통해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 이외엔 생활치료센터 또는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정부는 아직까지 치료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중증환자 전담 병상’으로 지정된 병상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총 810개가 있고, 이 중 301개(37.2%)가 비어 있다. 무증상·경증 환자가 지내는 생활치료센터는 1만7238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약 9779명(56.7%)이 사용 중이다. 다만 4차 대유행의 확산 속도를 보면 의료 시스템이 환자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전·세종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중증환자 치료 병상이 소진되는 등 부분적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병상 수와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병상·인력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질병의 중증 환자들이 병상 부족으로 빈 병상을 찾아 옮겨다니는 등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겉으로 드러난 숫자와 달리 수도권 병원 대부분이 중증 병상이 여력이 없거나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했다.

위중증 환자도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산소요법이나 인공호흡기, 인공심폐장치(에크모) 등의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는 387명으로, 전날(379명)과 비교해 8명 늘었다. 올해 3∼4월만 해도 100명 안팎을 오르내리다가 최근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김우섭/이선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