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 28일 오후 4시

GS그룹이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미 참전한 신세계그룹 등 경쟁자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수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GS가 처음으로 조(兆) 단위 ‘빅딜’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독] 몸 사리던 GS그룹, 휴젤 인수에 '파격 베팅'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휴젤의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로부터 휴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44%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휴젤 인수전은 공개경쟁 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인수전에는 GS그룹 외에도 신세계와 글로벌 바이오 기업 등 3~4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실무는 BOA메릴린치가 맡고 있다.

GS그룹의 인수전 참여는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정유 업종의 성장성이 한계에 봉착한 데다 세계적으로 탈탄소 사회를 지향하고 있어 미래 먹거리 사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그룹 내부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에 보수적이었지만 허태수 신임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단위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실탄도 넉넉하다.

이번 거래는 그룹 내 신사업 발굴을 주도하는 사업지원팀에서 추진하고 있다. 사업지원팀은 지난해 GS에너지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허서홍 전무가 이끌고 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인 허 전무는 지난해 10월 허 회장이 ‘원포인트 인사’로 지주사로 불러들여 주목받은 인물이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된 국내 1위 보톡스 업체다. 시장점유율 50% 수준이다. 일본과 대만, 베트남 등 27개국에도 수출한다.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한 뒤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5년까지 국내 1위였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벌이고 품목 허가 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휴젤이 선두로 도약했다.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매출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GS그룹이 휴젤을 품으면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처음으로 조 단위 인수에 성공하는 것이다. 의지는 남다르다. GS그룹은 신세계그룹이 써낸 것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B업계에서는 GS그룹의 완주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GS는 그동안 조 단위 인수전에 수차례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중간에 포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마트 등은 막판에 발을 뺐고 코웨이, KT렌탈 인수전에선 경합 끝에 탈락했다.

지난해에도 아시아나항공,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다가 접었다. 올해 들어서는 GS리테일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소수 지분을 투자한 게 전부다. 휴젤은 매각가가 2조원이 넘는 대규모 거래다. GS그룹이 과감하게 인수 결정을 내린다면 그룹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허 회장은 과거 LG투자증권에서 IB 경험이 풍부해 M&A에 거부감이 없고 필요성도 인정하고 있다”며 “휴젤을 통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