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28일(1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단독] 불 붙는 휴젤 인수전, GS도 뛰어들었다
GS그룹이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신사업 진출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휴젤의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로부터 휴젤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 대상은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44%다. 휴젤 인수전은 공개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수전에는 GS그룹 외에도 신세계그룹,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 등 총 3~4곳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실무는 BOA메릴린치가 맡고 있다.

GS그룹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 GS에너지 등 정유 업종은 성장성이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전세계적으로 탈탄소 사회를 지향하고 있어 미래 먹거리 사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그룹 내부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 추진에 보수적이었지만 허태수 신임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단위 거래를 추진할 수 있는 실탄도 넉넉하다.

이번 거래는 GS그룹 내 허서홍 사업지원팀 전무가 주도하고 있다. 사업지원팀은 그룹 신사업 등을 발굴하는 게 주요 업무다. 2019년 꾸려진 이 팀은 유망 벤처 등에 일부 투자를 단행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행보는 없었다. 허 전무는 지난해 GS에너지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0월 정기 인사가 아닌 10월에 허 회장이 '원포인트 인사'로 지주사로 불러들여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GS ITM, GS 칼텍스 등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된 것이 드러나 허 전무에게 힘이 실릴 수 있을지 관건이다. 허 전무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허 전무는 현재도 두 회사의 사내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된 국내 1위 보톡스 업체다. 시장점유율 50% 수준이다. 2010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한 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5년까지 선두였던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분쟁을 벌이고 품목 허가 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2015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동 창업자 중 2명이 보유 지분을 정리했고, 나머지 1명이 2017년 지분을 베인캐피털에 매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일본과 대만, 베트남 등 27개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 2110억원, 영업이익 780억 원이었다.

GS그룹이 휴젤을 품으면 허 회장 체제 들어 첫 대규모 빅딜이다. GS그룹 내 역대 최대 M&A이기도 하다. 의지는 남다르다. GS그룹은 높은 가격을 제시해 가장 유력 후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젤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없는데다 국내 보톡스 산업의 경우 이미 포화상태로 가격 경쟁이 심화돼 성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GS그룹이 끝까지 완주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GS는 최근 10년간 조단위 M&A를 성사시킨 경험이 없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하이마트 등 대규모 거래에 뛰어들었지만 막판에 발을 뺐다. 지난해에도 아시아나항공,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했지만 입찰에는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 들어 GS리테일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소수 지분을 투자한 게 전부다. 휴젤의 경우 매각가가 2조원이 넘는 대규모 거래인 불확실성이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허 회장이 과거 LG투자증권에서 IB 부문을 거쳐 M&A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고 그룹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M&A를 해야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휴젤을 통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