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만취 여성을 유사 성폭행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길거리 만취 여성을 유사 성폭행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취 여성을 성폭행하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 받았다. 재판부는 "한번의 실수"를 인정하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희 이용호 최다은 부장판사)는 유사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6)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및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27일 술에 취해 노상에 누워있는 여성 B씨를 발견해 인근 건물로 데려가 폭행하고 유사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의 신체 일부를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B씨의 딸이 A씨의 범행 과정을 현장에서 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길에 쓰러진 B씨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부축했다가 순간적인 성적 충동으로 범행한 직후 현장을 떠났다. 이후 잘못을 깨닫고 현장으로 돌아온 A씨는 B씨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고, B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도 확인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판단한다.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유리한 양형 요소가 있지만 범행 내용과 그에 따른 양형기준상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자신의 가족을 통해 잘못을 빌었고, 피해자의 딸도 선처를 탄원한 것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 신체·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딸이 범행 현장에서 범행을 목격해 회복이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용서받기 어려운 큰죄를 저질렀지만 이 사건 전까지 건실하게 살아오고 한번 실수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게 형벌의 목적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새 삶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통상 실형을 선고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줄 만한 사정이 있어 보여 선처했다. 재판부의 판단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