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고무 구리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자동차용 강판, 타이어, 공조 등 핵심 부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모두 신차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완성차업계는 당장 차량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렵지만 부품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 신차부터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품귀에 강판·타이어값도 인상…車 가격 오르나

자동차용 강판 가격 4년 만에 인상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자동차용 강판 공급 가격을 t당 5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기존 공급가가 t당 100만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5%가량 가격을 올린 셈이다. 현대차·기아에 공급되는 강판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이다.

철강사들은 올 들어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이 급등하자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완성차업체들에 요구해왔다. 현대제철은 5월 실적 발표에서 “올해 원료 가격이 상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완성차업체에 가격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철광석 가격은 대표 가격 지표인 ‘플라츠’ 기준 지난해 t당 101달러에서 올 1분기 158달러로 급등했다.

강판 가격 인상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수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차값 인상이 어려운 완성차업계는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신차는 인상된 부품값을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되는 만큼 판매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타이어 가격도 줄줄이 올라

타이어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는 국내외에서 타이어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7월부터 독일에서 교체용 타이어 공급가를 기존 대비 3~5% 올린다. 독일은 유럽 시장에서 타이어 가격의 기준이 된다. 두 회사는 국내에선 이미 지난 3월 각각 3~10%, 5~7% 가격을 올렸다. 미국에선 지난달 3~5% 인상을 마쳤다. 넥센타이어는 4~5월 글로벌 공급가를 3~8% 높였다.

해외 업체들은 올초부터 선제 인상에 나섰다. 세계 타이어 가격을 좌우하는 프랑스 미쉐린은 3월부터 북미 지역에서 트럭용 타이어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7월에도 13% 인상할 예정이다. 일본 브리지스톤과 미국 굿이어도 4월에 이어 6월에도 제품 가격을 올린다.

타이어업계의 잇단 가격 인상은 자동차 시장 회복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필수 원자재인 고무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세계 천연고무 거래 기준인 일본 도쿄상품거래소의 천연고무 선물가격은 지난 28일 ㎏당 256.8엔(약 26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 말(㎏당 137.4엔)보다 약 86.9% 치솟았다.

전기차 가격 더 오를 가능성도

자동차 제조에 필수 원자재인 구리 가격도 크게 뛰고 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선물가격은 28일 t당 1만258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29일(5376달러)과 비교하면 90.8%나 비싸졌다.

구리 가격 급상승은 전기차 판매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내연기관차는 대당 55㎏의 구리가 필요한 데 비해 전기차는 65~80㎏을 쓴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구리 가격이 33% 오르면서 전기차 한 대에 1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전기차엔 차량용 반도체도 내연기관차 대비 최대 다섯 배 더 들어간다. 차량용 반도체는 공급 부족 사태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가 5월 조사한 결과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10% 이내 인상됐다’는 업체가 50%, ‘10~20% 인상됐다’는 업체는 33.3%에 달했다. 반도체를 적기에 사려면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독일 인피니온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에 정상가 대비 10% 안팎의 웃돈을 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도 마찬가지다. 알루미늄은 자동차 열관리 솔루션에 주로 필요한 원자재다. 열관리 기업 한온시스템은 5월 실적 발표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은 대부분 완성차업체에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계약 시 원자재 가격 변동이 판매가격과 연동돼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