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왼쪽)과 부인 다키가와 크리스텔 아나운서(사진=요미우리신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왼쪽)과 부인 다키가와 크리스텔 아나운서(사진=요미우리신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임을 뽑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고노 다로 방위상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같은 큰 규모의 문제를 다룰 때에는 즐겁고(fun), 쿨하고(cool), 섹시해야(sexy) 한다”와 같은 엉뚱한 발언으로도 유명한 고이즈미 환경상은 이번에도 불출마 선언시기와 지지후보를 놓고 화제를 남겼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30일 후쿠시마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단에 총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고노 방위상이 출마하면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성과 방위성이 연계하는 과정에서 고노 방위상이 부처간 칸막이 및 정부와 국회의 벽을 허물수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차남인 그는 젊은 나이(39세)와 잘생긴 외모로 '일본 정계의 아이돌'로 불린다. 반면 엘리트 답지 않은 엉뚱한 발언과 행동으로도 자주 화제를 모은다. 2019년 9월 일본 환경상으로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변화정상회의에 참한 자리에서 "기후변화를 다룰 때에는 즐겁고, 쿨하고, 섹시해야 한다”고 말해 우리나라에서 '펀쿨섹'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지역구 신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에 결석해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2018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각 계파의 뜨거운 구애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개인적으로 첫 입각인 환경상으로서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31일 분석했다.

일본 정계에서 고이즈미 환경상의 총재선거 불출마 선언은 다른 의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가 지지한 후보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스가 관방장관은 2017년 고이즈미 환경상의 지역구인 요코스카시장 선거에서 고전하던 고이즈미파 후보를 전면 지원해 당선시킨 은인이다. 지난해 프리랜서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과 결혼할 때 아베 총리보다 스가 관방장관에서 먼저 보고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기 때문에 고노 방위상을 지지하겠다는 선언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날은 스가 관방장관이 총재선거 출마의 뜻을 처음 밝힌 날이어서 은인에게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스가 관방장관 주변 인사는 "정말 'KY'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KY'는 '분위기 파악 못한다'의 일본어인 '쿠키 요메나이(공기를 못읽는다)'의 각 첫음절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일본식 약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