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입구에 급매물 안내가 나와 있다. 한경DB
서울 반포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입구에 급매물 안내가 나와 있다. 한경DB
주택 등 부동산을 10년 이상 보유하다 매각하는 소유주들이 늘고 있다. 서울에선 이 같은 장기보유 부동산 거래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시한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피하자”

2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이 신청된 집합건물 1만5190건 가운데 5491건이 매도인이 10년 이상 소유하던 부동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81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10년 이상 장기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사례는 최근 들어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엔 매월 1000~3000건 안팎을 보이다 12월 처음으로 5000건을 넘겼다. 올해 들어선 최근 2개월 연속으로 5000건을 웃돌았다. 전체 매매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0% 내외에서 지난달 36%로 올랐다.
두 달 남은 양도세 중과 유예…다주택자 얼마나 팔았나 [집코노미]
지난해 12월부터 급증세를 보인 원인은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때문이란 게 세무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12·16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중과 유예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이 대상이다.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된 직후부터 장기보유 부동산 매각이 늘기 시작해 연말엔 하루 300건을 웃돌기도 했다.

현행 세법에서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매각할 때는 기본세율에 최고 2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더 붙는다. 3주택자의 양도세율은 62%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안에 매각할 경우 42%의 일반세율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는 “6월30일까지 소유권이전을 마치거나 잔금을 치러야 중과되지 않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마음이 바쁘다”며 “이번 기회에 처분해 그동안의 수익을 정산할지 아예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게 유리할지를 상담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매각은 非핵심자산부터?

서울 자치구별로 들여다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장기보유 부동산 매각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마포구의 지난해 1~3월 장기보유 부동산 매매는 50~60건 안팎을 보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140~200건 수준을 나타냈다. 강동구도 50건 수준이던 장기 보유자의 소유권이전 신청이 줄곧 200건을 넘기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도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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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세는 외곽지역일수록 가파르다. 강북구의 경우 지난해 1~3월 줄곧 50~60건을 보였지만 지난달엔 750건으로 확 불어났다. 3월 전체 집합건물 소유권이전신청(1035건)의 72.5%다. 강서구 또한 계단식 증가세가 뚜렷하다. 1월 190건, 2월 286건으로 늘다 3월 318건으로 급증했다. 매월 100~300건 안팎이던 노원구의 장기보유 부동산 손바뀜도 올해 들어선 400~500건 선을 보였다.

이들 지역에서 급증세가 나타나는 건 다주택자들이 절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각 순서를 조정한 결과일 수 있다. 비교적 양도차익이 적거나 핵심지역이 아닌 곳부터 정리해둬야 나중에 중심지 부동산을 매각할 때 1주택 비과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 팀장은 “1주택자 상태로 최종주택을 매각하는 경우 최고 80%까지 주어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다주택자의 거래만을 집계한 통계는 아니기 때문에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등기에선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 외에도 상가와 오피스텔 등이 집합건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주택을 제외한 유형에서 장기보유 부동산의 매각이 급증할 요인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거래가 주택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