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위기에 빠진 국내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2조원 안팎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항공업체의 동반 도산을 막기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업종 중 하나가 항공”이라며 “국내 항공업체의 자금 요청 규모와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해 조만간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는 저비용항공사(LCC)뿐 아니라 대형 항공사 지원 방안도 들어갈 것”이라며 “긴급 지원 규모는 2조원 안팎이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연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각각 6700억원, 1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단기자금인 기업어음(CP)과 항공기 리스료 등을 합하면 두 회사가 올해 말까지 상환해야 할 금액만 3조원이 훌쩍 넘을 전망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항공업체의 자구노력과 대주주의 사재 출연,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등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요청한 금액을 모두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항공업 긴급 지원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하는 비상경제회의 또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쳐서다.
대한항공·아시아나도 지원…"강력한 자구노력 선행돼야"
국제선 여객 96% 급감했는데…연내 갚아야 할 빚 5.3兆 달해


정부가 이처럼 항공업 긴급 지원에 나서는 것은 항공사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넷째주(3월 23~29일)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3만6366명)에 비해 95.5% 감소했다. 국내 항공사들의 올해 2~6월 매출 손실은 6조5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항공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손실이 이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자체 자금을 조달하기가 불가능해 ‘줄도산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최대 3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에는 운행중단 노선 운수권 보장과 공항 이용료 감면 확대 등을 포함한 추가 지원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항공사들은 주장한다. 매달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료 같은 고정비용만 9000억원이 들어가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승객 급감으로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곳간은 비어 가는데 국내 항공사들이 연내 갚아야 할 부채만 5조3000억원이다.

자칫 항공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줄줄이 도산하면 경제적 타격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한국 항공업계가 무너지면 양질의 일자리 16만 개 이상이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11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나라 정부들은 이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대형 항공사를 포함해 자국 항공사에 총 29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 업체에도 30억달러를 지원한다. 대출과 지급보증 규모도 총 290억달러에 달한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제한 금융지원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도 항공업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강력한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정해질 지원액은 지난달 24일 청와대가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에 포함돼 있지 않은 별도 지원액으로 알려졌다.

정인설/임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