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2주 라이브 특강 화면 캡처
EBS 2주 라이브 특강 화면 캡처
교육당국이 개학 연기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안으로 내놓은 EBS 라이브특강이 ‘악성 채팅’으로 오염되고 있다. 강의 화면 옆에 띄운 채팅방이 익명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악용해 욕설과 음담패설 등을 반복해서 올리는 이들이 나오면서다. 어린 학생들이 듣는 수업인 만큼 강의의 질도 중요하지만 강의 외적인 부분에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오전 9시 EBS 라이브특강이 시작되자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앞다퉈 채팅창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수업을 맡은 교사에게 인사하거나 강의와 관련한 질문을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수업과 관련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사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욕설로 채팅창을 도배하는 이들도 있었다. 관리자가 수업과 관련 없는 내용을 삭제하며, 경고의 말을 남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EBS 라이브특강은 개학 연기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EBS가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학년별 생방송 수업이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과목 수업을 미리 공지한 시간표에 따라 진행한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EBS 라이브특강을 듣고 난 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지칭하며 뜻을 물어와 당황했다”며 “같이 수업을 들으며 채팅창을 살펴보니 ‘자신의 성기를 만져달라’는 채팅까지 버젓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EBS 라이브특강의 채팅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쌍방향 수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상호작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날 진행된 중학교 과학 수업에도 “이해를 못하겠다” “수업을 천천히 진행해달라” 등의 요청이 계속해서 올라왔지만 수업에 반영되지 못했다.

EBS 관계자는 “하루에 작성할 수 있는 채팅 수를 40개로 한정하고, 욕설 등을 올려 세 번 이상 삭제될 경우 댓글 작성을 막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며 “채팅과 서버 등 시스템 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원격강의를 오랫동안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EBS의 실시간 강의도 여러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전국 모든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이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사들은 원격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고, 학교에는 제대로 된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먼저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대학처럼 초·중·고교에도 대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