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개학·수능 연기에 반발…"불리한데 핸디캡까지"
"재수생과 격차 불 보듯"…뿔난 고3 수험생 부모들 아우성
"수능은 애초부터 재수생이 유리한데 아무런 대책 없이 개학을 또 연기하면 우리 애들은 어떡하라는 건가요?"
교육부가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등학교 개학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연기를 결정하자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온라인 개학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수능 연기에 따른 수험생의 학업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에 사는 학부모 강모(48)씨는 "아이가 이미 한 달 넘게 미뤄진 개학으로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모두 같은 상황이라며 다독이고 있지만 사실은 학부모인 나조차도 불안하다"며 "학교 원격수업만으로는 충분한 학습이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아 사교육을 다시 시킬지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그러면서 벌써 재수학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주변 학부모의 푸념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3 딸을 둔 대구 학부모 박모(48)씨는 "이번에는 전면 개학을 기대했는데 온라인으로만 수업한다니 실망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온라인 개학으로 교사와 학생 간 피드백이 어느 정도 이뤄질지 의문이고, 선생님의 일방적 강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부의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재수생과 달리 재학생은 고3 중간고사가 입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데 현재 상황으로 보면 지필 평가가 수행평가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행평가는 객관성, 공정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 춘천에 사는 학부모 윤모(50)씨도 "발등에 불 떨어진 고3 수험생들은 이미 학원이나 독서실에 모여 있는데 온라인 개학이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갑작스러운 온라인 개학 결정에 학교가 이를 제대로 준비했을지도 불안하다"고 했다.
"재수생과 격차 불 보듯"…뿔난 고3 수험생 부모들 아우성
개학과 수능 연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학부모들은 수험생과 재수생 간의 형평성 문제를 특히 우려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학부모 김모(46)씨는 "재수생들은 지난해 이미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과 수업을 다 마치고 학원에서 종일 복습하고 있는데 우리 애는 불완전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불리한 경쟁인데 지금 고3들은 핸디캡까지 떠안고 수능을 치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번 결정으로 우리 아이들과 재수생의 성적 차가 더 벌어지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덧붙였다.

제주에 사는 수험생 학부모 이모(50)씨도 "당장 일주일 뒤 온라인으로 개학한다는 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모르겠다"며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되는지, 중간고사나 모의고사, 수행평가 등은 온라인 개학을 한 상황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혼란스럽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재수생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수시도 이번엔 유리한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아이가 학사 일정을 쫓아가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수시를 위한 비교과 등 교과 연계 활동이나 자소서 작성은커녕 수능 준비도 까마득하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능 연기 등 2021학년도 대입 주요 일정 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능은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2주 늦춰지고 대입 수시 학교생활 기록부 작성 마감일도 8월 31일에서 9월 16일로 16일 미뤄지게 된다.

(이덕기, 양지웅, 백나용, 정경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