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상 최장기 집권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15년만에 새 총리가 나올 가능성이 부상했다.

1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 각 정당 지도자들과 협의 후 중도정당 청백당을 이끄는 베니 간츠 대표에게 연립정부 구성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간츠 대표는 그간 반(反)네타냐후 목소리를 높여온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맞수다.

이번 결정은 지난 2일 총선 득표율과는 반대다. 지난 2월 총선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이 36석을 확보해 개별 정당으로는 최다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간츠 대표가 소수 정당들을 모아 총 의석 수(120)의 과반 이상인 61석 지지층을 확보하면서 연정구성권을 받게 됐다.

이스라엘은 총선 득표율에 관계없이 연정 구성에 성공한 이가 총리자리에 오른다. 대통령이 각 당 대표와 협의 후 연정 구성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를 총리로 지명하고, 이 총리 후보자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다음 후보로 넘어가는 식이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이른바 '반(反)네타냐후 전선' 지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아랍계 정당 연합 등이다. 간츠 대표는 작년엔 이스라엘 베이테누당 등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가데온 라하트 히브리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번에 지지를 밝힌 정당이 늘어난 것은 사실상 반(反)네타냐후 움직임이지 친(親)간츠 대열이 커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극우정당이다. 소수 정당 중엔 확보 의석이 상대적으로 많아 사실상 ‘캐스팅보트’가 있는 정당으로 통했다. 작년 말까지는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등이 모두 함께하는 대연정에만 참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으나 올들어 입장을 바꿨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정당들도 간츠 대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연정엔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의회에서 투표 등을 통해 지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정당은 통상 이스라엘 정부의 반(反) 아랍 정책에 관여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아랍정당연합은 작년 말에도 간츠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히며 “간츠 대표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을 막고자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리블린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 간츠 대표와 만나 대연정 가능성도 논의했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이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서로 돌아가면서 총리직을 맡는 식으로 긴급 연정을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간츠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물러나게 하고 독자적으로 연정을 구성하려는 의사를 시사해왔다”고 보도했다.

간츠 대표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은 끝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총 14년간 집권 중이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자리를 지켜왔다. 일각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법정 판결에 따라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초 오는 17일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등 이유로 재판이 5월24일로 미뤄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