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 북한과의 전쟁을 심각하게 우려했고, 전쟁시 최대 1억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핵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북한에 초강경 수사(레토릭)를 쏟아냈다. 이후 대화 국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전쟁 종전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는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전기 작가인 더그 웨드는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라는 저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그 웨드와 2~3차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과 전쟁을 했다면 3000만명에서 1억명의 사람이 죽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뚜렷한 근거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수도인 서울은 소위 국경 바로 근처에 있고 인구가 3000만명이나 된다"면서 "김정은은 대포 1만개를 갖고 있다. 김정은에게는 역사상 가장 커다란 재앙 중 하나를 일으키는 데 핵무기조차 필요 없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 '화염과 분노' 등 단어를 사용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거친 설전을 주고 받았다. 그는 "(내 발언이) 그렇게 터프하지 않았다면 뭔가가 즉각 일어났을지 모른다. 이것은 내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북미는 비핵화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이제 우리는 훌륭한 관계가 됐다"며 북핵 협상을 커다란 치적으로 꼽았다. 그는 "김정은과 내 케미스트리가 잘 맞는다"고 했다. '격렬한 대립 끝에 어떻게 갑자기 좋은 케미스트리를 갖게 됐느냐'는 질문엔 "어느 시점에 우리는 둘 다 이것(핵 협상)이 결실을 보기를 원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회담을 회상했다. 그는 "수천 대의 카메라와 셔터 소리에 놀랐다"며 "이렇게 많은 카메라, 마치 헬리콥터가 이륙하는 듯한 굉음과 같은 셔터 소리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 둘(나와 김정은) 다 놀랐다"고 했다. 이어 "그것은 위대한 정상회담이었다. 어마어마하게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미사일도, 더 이상의 발사도, 더 이상의 핵도 없다고 생각해보라. 우리는 이제 경제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김정은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오바마가 그 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면 노벨상을 5개는 탔을 것"이라며 "아마도 나는 외교 정책 대통령으로 알려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은 내가 '인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특히 싫어했다. 그는 내게 '제발 그 단어를 쓰지 말라'고 부탁했다"는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백악관 참모들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는 "이 편지들은 놀랍다. 이것은 역사"라며 흔들어 보였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한 통의 친서에 "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새 미래를 여는 데 목표를 둔 저와 대통령 각하의 강한 의지, 진실한 노력, 그리고 독창적인 접근법이 틀림없이 열매를 맺을 것으로 굳건히 믿습니다"라고 적었다고 웨드는 전했다. 웨드는 친서에 '한국전쟁을 실질적이며 공식적으로 끝내는 것이 매우 분명한 목표'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웨드는 친서를 읽어본 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매료됐고, 그를 세계 역사의 무대에서 독창적인 인물로 보고 있으며, 그와 함께 역사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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