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소득 양극화가 3040세대에 비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586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세력으로 조명받고 있지만 ‘586세대의 그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말 집계한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보면 50대 가구주 가운데 연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비중이 21.8%, 1억원 이상인 고소득층이 22.4%였다. 40대의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가구주 비중은 18.5%와 19.6%, 30대는 20.5%와 11.1%로 50대보다 양극화가 덜 심했다. 50대에서 연소득 3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 비중은 55.8%로 40대(61.9%)와 30대(68.5%)보다 크게 낮았다. 50대엔 부자도 많지만 반대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저소득층도 많다는 뜻이다.

50대의 양극화는 대학 진학률(1980년대 평균 36.0%)이 3040세대에 비해 낮은 데 따른 임금 격차, 그리고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점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50대 자영업자 비중은 3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급등과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586세대에서도 이질성과 계층 간 갈등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사회갈등을 해소하려면 ‘50대 비주류’ 얘기도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간부 A씨(55)는 “젊은 시절 직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했고, 은퇴를 앞둔 지금은 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식 교육에 등골이 휜다”며 “조국 사태로 586세대가 모두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당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모 부양·자식 교육에 '샌드위치 신세'

586세대가 정치·경제적으로 주류세력으로 등장했지만 소외된 비주류 역시 많은 건 무엇보다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의 자영업자 비중은 작년 기준 30.0%로, 2010년(28.3%) 대비 1.7%포인트 늘어났다.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증가했다. 영세 소상공인 중 50대 이상 비중은 지난해 67.6%(중소기업연구원)로 2010년(49.8%)에 비해 17.8%포인트 뛰었다. 최근 2년 새 최저임금이 급등하면서 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50대는 정치성향도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갈라진다.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지난 7~8일 11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0대에선 유독 범(汎)보수(42.7%)와 범진보(41.4%) 비율이 비슷했다. 50대가 전체 판도를 바꾸는 ‘정치 풍향계’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B씨는 “대부분 586세대는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청춘을 바쳤고, 그 결과가 지금의 우리나라”라며 “회사에선 ‘월화수목금금금’ 근무를 당연시했고, 출장도 주말에 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 부양과 자식 교육에 매진해왔으나 은퇴 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라고도 했다. 자신을 ‘586세대의 평균’이라고 지칭한 C씨는 “1980년대 최루탄을 마시며 대학을 다닌 민주화 세대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문에 우리의 희생과 헌신이 가려진 채 586세대 전체가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당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재길/이태훈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