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17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금융계좌 및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판사들을 직권남용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하기로 했다.

한변(상임대표 김태훈, 공동대표 석동현, 채명성)측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영장전담 판사들(피고발인들)은 직권의 행사에 가탁(거짓 핑계를 댐)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하게 검찰의 자본시장법위반, 배임 등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정당한 수사와 관련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또 “이는 법관에게 허용되는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넘어 직권을 남용한 사안으로서 엄중한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변 관계자는 “재판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법관의 재량이 인정될 수 있음은 당연하나 그것이 법관 개인의 자의에 맡겨질 수는 없다”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해야 하며(헌법 제103조), 국민이 부여한 ‘공정한 재판’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성명불상 영장담당 판사들은 검찰이 지난 8월 27일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사학재단(웅동학원) 비리 등에 대해 수사를 착수한 이래 여러 차례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의 금융거래 내역 관련 압수 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또 정 교수가 휴대폰 유심 칩을 바꿔가며 관련자들과 입을 맞춘다는 증언이 있는데도 조국 부부의 휴대전화 압수 영장을 두 차례 이상 기각했다.

한변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웅동학원 채용 뒷돈 수수 같은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에서 자금 흐름 파악과 그에 따른 증거 확보는 수사의 기본이자 필수 요소”라며 “다른 관련자들의 계좌 추적은 일부 허용하면서도 정작 의혹 핵심인 조국 부부에 대한 계좌 추적은 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변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억원을 사모펀드에 넣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차명 거래를 했고,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구속 기소)는 72억원을 횡령했는데 이 중 상당액이 정 교수 측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났다. 또 웅동학원 교사 채용 대가로 조 전 장관 동생이 받은 2억원 가운데 일부가 학원 이사장이던 조 전 장관 모친에게 흘러들어 간 흔적도 나왔다고 한다. 상속 재산이 없는 조 전 장관 일가의 56억원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의혹과 ‘조국 펀드’투자금이 과거 웅동학원의 대출금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라고 한변은 밝혔다.

한변 관계자는 “이 모든 혐의는 계좌 추적 없이는 밝히기 힘든 것들”이라며 “계좌 추적은 다른 강제 수사 방식에 비해 사생활 제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해 금융 관련 범죄 수사에선 비교적 넓게 허용돼 왔는데 유독 이 사건에 대해선 법원이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했다. 또 “요즘 수사에선 휴대폰 압수부터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조국 가족만 그 상식을 비켜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변은 “피고발인들의 범죄행위가 밝혀지고, 상응한 처벌로 사법부의 신뢰가 회복되고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오점을 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