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강 이남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생겨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연천군에 이어 경기 김포시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와서다. 확진 판정이 나면 한강 이남에서 ASF가 발생한 첫 사례가 된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포시 통진읍의 한 양돈농장에서 모돈(어미 돼지) 네 마리가 유산 증상을 보여 방역당국이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유산은 발열 등과 더불어 ASF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돼지 1800마리를 기르는 이 농장은 앞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 농장으로부터 13.7㎞, 연천 농장으로부터 45.8㎞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 돼지가 ASF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나면 해당 농장은 물론 인근 3㎞ 이내에 있는 돼지 3275마리 모두 살처분된다. ASF 잠복기가 4~19일 점을 고려할 때 김포까지 뚫렸을 경우 방문 차량 등을 통해 한강 이남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감염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포 농장은 파주·연천 농장과 마찬가지로 울타리가 설치돼 야생 멧돼지가 쉽게 접근할 수 없고, 잔반이 아니라 사료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ASF 전파 매개체인 야생 멧돼지나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물 등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농식품부는 태풍 ‘타파’로 인해 일부 축사가 무너지고 소독약이 쓸려내려간 점을 감안해 이날을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정하고 대대적인 소독작업을 벌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잠복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 2주일이 ASF 차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방역활동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ASF 방역 관련 기관 세 곳이 신청한 ‘특별 연장근로’(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조만간 인가할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