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벤처캐피털에 애정을
7월의 뜨거운 여름처럼 벤처투자 시장에도 투자열기가 식지 않고 매년 사상 최고 성과를 경신하고 있다. 올 3월까지 투자실적도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벤처투자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를 통해 매년 3000억원이 넘는 정부예산을 비롯, 추경예산까지 동원하며 벤처투자가 중소벤처기업의 종잣돈 역할, 나아가 유니콘 기업의 성장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벤처투자 규모가 커지고 투자 방식을 통한 성장 지원이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투자 자금이 어떤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털이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에만 투자한다거나, 단기적인 성과가 실현되는 일부 소수업종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투자를 받은 기업을 들여다보면 이런 문제 제기는 과도하다. 지난해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의 2017년 재무상태를 살펴보면 투자기업 3곳 중 1곳(963개사 중 312개사)은 매출이 1억원이 안 되는 기업이었고, 매출이 전혀 없는 기업도 15%나 됐다. 일반적인 소기업의 최저기준인 매출 10억원으로 대상을 넓혀보면 투자기업의 절반 이상(52%)이 이에 해당한다. 또 전체 투자기업의 평균 영업손실은 1억3000만원으로 투자 기업의 대부분은 손실상태였다. 특히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처음 받은 기업은 43.8%가 매출 1억원 미만이었다.

벤처투자의 고위험 속성상 투자한 기업이 잘못되면 투자자는 투자금을 날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태가 돼 ‘감액’하는 비율은 작년 말 기준 전체 누적투자금액 대비 18%에 이르며, 금액으로는 매년 3000억원이 넘는다. 5개 기업에 투자하면 1개 기업은 투자원금은커녕 단돈 1원도 회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매년 전체 신규 투자금액의 10% 수준으로, 은행 부실채권비율이 1%가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벤처캐피털이 모험적인 투자를 꽤 열심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투자 대상 업종도 최근 바이오산업과 온·오프 연계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기업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전통 제조업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전체 신규 투자에서 제조업 투자는 30% 정도로, 매년 1조원 정도의 투자금이 제조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이 팽창하고 투자 저변이 확대되면서 민간의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민간부문 비중이 66.5%까지 높아졌다. 공적인 역할과 수익성 사이에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은 벤처투자에 채찍질을 하기보다 따뜻한 격려로 힘을 실어줄 때다. 지금까지 벤처캐피털은 눈앞의 작은 수익보다 어려운 창업기업의 숨은 조력자로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