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이란이 각각 상대국 유조선을 억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유조선 맞교환을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이란은 일부 유럽 국가들과 긴장 관계가 계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영국이 지브롤터에서 저지른 잘못을 거둔다면 이란도 그에 상응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영국 해군 등이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억류 중인 이란 유조선을 풀어줄 경우 이란도 영국 유조선을 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국 해군은 지브롤터 인근에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을 유럽연합(EU)의 대(對)시리아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 4일 억류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19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를 나포했다. 이란은 스테나 임페로호에 기존 영국 국기 대신 이란 국기를 달게 한 채 억류 중이다.

이란이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 내각 출범에 때를 맞춰 협상 카드를 내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슨 총리는 이날 공식 취임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서방국과 최근 고조된 긴장을 줄이려 하는 제스처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란에 그레이스1호가 EU 제재 대상인 시리아 바니야스 정유소로 원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보장한다면 유조선 억류 조치를 풀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제안에 존슨 총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국가가 유조선 문제를 외교적 수단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하지 않을 경우 상당 기간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걸프 해역 일대에서 구상 중인 유럽 주도의 민간 상선 연합 호위체 계획도 변수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책임진다”며 국제 호위체 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