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1위인 한국화이자의 법인 분리로 국내 제약업계에 지각변동이 나타날 조짐이다.

한국화이자는 지난달 27일 한국화이자와 한국화이자업존 두 개 법인으로 분리했다. 올초 글로벌 본사가 업존, 바이오팜, 컨슈머헬스케어 등으로 사업부를 개편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화이자는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혁신 신약을, 화이자업존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과 복제약(제네릭)을 담당한다. 화이자업존을 통해 특허 만료 의약품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산 제네릭 공세에 맞서 시장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허 기간이 끝난 화이자의 제품은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 항고혈압약 노바스크, 비스테로이드성(NSAIDs) 소염진통제 세레브렉스, 신경병성 통증치료제 리리카 등이 있다. 이들은 가격이 저렴한 국산 복제약이 나왔음에도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리피토는 지난해 1626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고 노바스크(569억원), 리리카(566억원), 세레브렉스(369억원) 등도 여전히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른 특허 만료 의약품까지 더하면 4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한국화이자의 전체 매출 7344억원의 절반 이상이다.

이번 법인 분리로 국내 다국적 제약사 중 부동의 1위였던 한국화이자는 왕좌를 내놓게 될 전망이다. 한국화이자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의 매출 순위도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2위였던 한국노바티스가 1위로 올라서고 2위부터 5위까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47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한국아스트라제네카(3831억원) 한국로슈(3753억원) 바이엘코리아(3748억원) 등이 근소한 차이로 뒤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제약사 동아제약이 지주사로 전환한 뒤 순위에 변동이 있었던 것처럼 다국적 제약사들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하나의 회사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지 계열사 분리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게 효과적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