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살짝만 편집한 보고서"…법무장관 회견 후 공개 예정
민주, '백악관과 사전 협의' 보도에 발끈…"법무장관 회견 취소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보고서 공개를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와 야당인 민주당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이미 제시한 4쪽짜리 요약본을 통해 '혐의 없음'의 정치적 면죄부를 받은 상황이지만, 실제 400쪽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새 의혹이 불거지면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어 양측 모두 긴장하는 표정이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백악관이 대비할 수 있도록 보고서 내용을 미리 브리핑하는 등 협의를 거쳤다는 보도가 17일 나오고, 바 장관이 보고서 공개 직전 기자회견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에서 회견 취소를 요구하는 등 신경전이 달아올랐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보고서 공개 D-1…美정가 전운 고조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바 장관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18일 오전 9시 30분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보고서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다.

또 지난달 24일 특검보고서 요약본 공개 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트럼프 대통령도 바 장관의 회견 후 자신의 입장을 별도로 밝힐 예정이다.

이 보고서는 오전 11시에서 정오 사이에 디스크에 담겨 의회에 제출되며, 직후에 특검 웹사이트에도 게재해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다만 이 보고서는 특검팀이 작성한 원본이 아니라, 대배심 심리 관련 문건이나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방해될 소지가 있는 정보 등 4개 분야를 가린 편집본이다.

편집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을 상당 부분 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WP는 관계자를 인용해 "살짝(lightly) 편집한 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결과의 주요 부분은 그대로 실린다는 뜻이다.

WP는 또 이 보고서가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판단하기 어렵고 어떤 행동은 죄가 안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로 뮬러 특검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고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나 사적인 협박, 다른 사건들을 분석한 내용도 상세히 담겨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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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 장관의 요약본이 수사결과를 되려 왜곡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아 온 민주당은 바 장관의 기자회견 취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가뜩이나 법무부가 백악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 보고서 공개 이후 제기될 각종 공격에 대비할 시간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바 장관이 보고서 제출 전 회견을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하원 상임위 위원장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뮬러 특검이 불참한 채 바 장관이 회견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인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도 WP에 "바 장관의 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언론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라며 뮬러 특검과 특검팀원들이 의회 증언에 나서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내들러 위원장 측은 이르면 22일 보고서 원본과 각종 증거를 의회에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이후 자신을 옭아맸던 족쇄를 푸는 계기가 될지, 진흙탕 정쟁 속으로 다시 빨려들지는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에 좌우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별다른 내용이 없다면 재선 전략을 가속하는 기회로 작용하겠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의혹이 불거진다면 정치적 공방이 격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이터통신은 "수사보고서 편집본 제출은 다사다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에 중대한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