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기 2년 만에 '포스트 카빌라' 선출…일부지역 투표기 고장·폭력사태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30일(현지시간) 평화적으로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은 폭력 사태, 선거장비 고장 등으로 혼란을 빚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 AP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민주콩고에서 대통령 선거와 의회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 등록된 유권자는 약 4천만명이다.

에볼라 위험 지역인 동부 베니와 부템보, 최근 종족 간 폭력사태가 발생한 서부 윰비 등 도시 3곳에서는 의회 및 지방선거가 내년 3월로 연기됐고 대선은 실시되지 않았다.

투표 과정에서 크고 작은 혼선이 빚어졌다.

남서부 마이은돔베주(州)에서 유권자들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사건이 몇건 보고됐다.

로이터통신은 동부 지역의 한 투표소에서 민간인 1명과 경찰 1명이 폭력사태로 숨졌다고 전했다.

이 경찰은 선거를 사기라고 비난한 젊은 남성에게 총을 쏴 살해했고 이후 화가 난 군중이 경찰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또 가톨릭교회 선거 참관단에 따르면 민주콩고 전역의 약 6만개 투표소에서 투표 집계기 540여대가 고장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강우로 투표가 늦게 시작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의 잠정적인 결과는 내달 6일께 발표된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21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는 야권 후보 마르탱 파율루(61) 의원과 펠릭스 치세케디(55) 민주사회진보연합(UDPS) 대표, 범여권연합 후보 에마뉘엘 라마자니 샤다리(57) 전 내무장관의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60년 벨기에에서 독립한 이후 오랜 독재와 내전, 폭력사태 등에 시달려온 민주콩고가 이번 대선을 통해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처음으로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대선 당선자가 누가되든 현 조셉 카빌라(47) 대통령의 바통을 순조롭게 이어받으면 국가수반이 새 인물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샤다리 후보는 이날 "승리가 우리 편이라고 믿는다"며 승리를 자신했고 파율루 후보도 "우리는 오늘 국민의 비참함과 카빌라의 독재를 끝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콩고, 혼란·폭력사태 속 대선 실시…평화적 정권교체 주목
이번 선거는 그동안 계속 연기됐다가 무려 2년 만에 실시됐다.

카빌라 대통령은 2001년 초 부친인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이 암살되고 나서 대통령직을 이어받아 민주콩고를 18년 동안 통치했다.

카빌라 대통령은 헌법상 임기가 2016년 12월 끝났지만,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대선도 재정과 치안 문제 등을 이유로 계속 미뤄졌다.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온 카빌라 대통령은 올해 8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3일 민주콩고 수도 킨샤사의 선거관리위원회 창고에서 불이 나 킨샤사에서 사용하려던 투표 집계기 1만개 가운데 약 8천개가 소실됐다.

이에 선관위는 애초 이달 23일 치르려던 선거를 일주일 연기했다.

또 선관위는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두고 베니, 부템보, 윰비의 선거 일정을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들 도시의 유권자는 약 120만명이고 베니와 부템보는 야권의 강세 지역이다.

야권은 선관위가 공정한 선거를 방해한다고 비판했고 베니와 부템보에서는 선거 연기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야권은 민주콩고 선거에 처음 도입된 '터치스크린' 전자투표 시스템에 의구심을 보내기도 했다.

이 터치스크린 투표 시스템은 한국 기업이 개발한 장비다.

파율루 후보는 선거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투표가 아니라 투표용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