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황덕상 교수가 뜸 치료를 하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제공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황덕상 교수가 뜸 치료를 하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제공
“손발이 차갑고 무릎이 시리다.” “몸에 바람이 든 것처럼 춥다.” 겨울이 되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다. 한의학에서는 추위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거나 몸의 한 부분이 지나치게 차가워 정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질환을 ‘냉증’이라고 부른다. 장준복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교수는 “대개 다른 사람보다 몸이 차면 냉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증상만으로 냉증을 진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40대 이상 여성에게 주로 발병

냉증은 인체 특정 부위 혈액 순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때, 열의 공급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체온이 내려갈 때 주로 호소한다. 인체에서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체온조절 장애나 기타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한다. 이 같은 자율신경 실조증이 냉증의 주원인이다.

냉증은 환자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 증상이기 때문에 호소하는 증상의 양상이 다양하다. 환자는 대부분 ‘손발이 차다’ ‘발끝이나 무릎, 허리가 시리다’ 같은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배가 차거나 팔다리가 차고 땀이 난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몸은 차갑지만 얼굴이나 가슴에는 열이 오른다고 말하는 환자도 있다. 장 교수는 “냉증과 함께 어깨 결림, 두통, 요통, 불면, 수면 중 빈뇨, 불감증, 복통, 대변 이상, 냉 증가, 불임, 월경불순 등의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고 했다.

냉증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남성보다 골격이 작고 근육량이 적기 때문이다. 연령별로 보면 19세 이하 사춘기 청소년과 40대 중반 이후 여성 환자가 많다. 출산이나 유산 후 체력이 떨어지고 갱년기 호르몬 변화를 겪거나 냉방장치에 오래 노출될 때도 냉증이 생기기 쉽다.

침·뜸·한약으로 치료

한의학에서는 냉증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침·뜸·한약 치료 등을 병행한다. 백회혈(정수리 부근)과 인중혈·승장혈(입술 위아래), 십정혈(손끝) 등을 침으로 자극해 기와 혈의 순환을 돕는다. 뜸 치료는 주로 다리의 삼음교혈, 발바닥의 용천혈, 하복부의 관원혈 등에 매일 한 번, 부위마다 3~5회 뜸을 뜬다.

한약 치료를 위해서는 냉증이 실한 상태에서 생긴 것인지, 허한 상태에서 생긴 것인지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실한 상태에서 냉증이 생기면 환자는 변비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월경통이 심하고 어깨 뻐근함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는 계지복령환(계지와 복령으로 만들며 어혈을 내리게 하는 대표적 처방) 등을 주로 사용한다. 몸이 허한 상태에서 냉증이 생기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차가운 곳에서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호소한다. 방광염이 잦고 속이 거북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는 당귀와 백작약 등으로 만든 ‘당귀작약산’ 등을 처방한다.

따뜻한 습포를 환부에 15~20분 정도 덮어두는 습포요법, 손이나 발을 따뜻한 물과 찬물에 10분 정도 번갈아 담가 말초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냉온요법, 냉증이 발생한 경락을 위주로 눌러주는 지압요법 등도 도움이 된다.

장 교수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생활리듬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평소 약간 땀이 나는 강도의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면 몸에 열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말고 해소법을 찾아 바로 푸는 것이 좋다. 생강차, 대추차 등은 몸의 열을 높이는 데 좋다. 틈틈이 마시면 냉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