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과세 방식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려는 법 개정 시도가 국회에서 최종 무산됐다. 기획재정부는 국내 맥주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12월 발표할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주세 체계 개편 방안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주세는 가격에 비례(종가세)해 매기는데 권 의원안은 맥주의 경우 양에 비례(종량세)하는 방식으로 바꿔 L당 835원의 세금을 걷는 내용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직전 맥주 종량세 도입을 검토했다. 국산 맥주에 더 많은 세금이 붙는다는 국내 맥주업계의 문제 제기 때문이었다. 맥주세는 국산이나 외국산 모두 72%로 같지만 과세표준(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가격)이 다르다. 과세표준이 국산은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이지만 외국산은 ‘수입신고가(관세 포함)’로 돼 있어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다. 수입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싼 세금 덕분에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를 4캔에 1만원에 판매하는 등 할인행사를 할 수 있었다.

정부의 종량세 전환 움직임이 알려지자 ‘내년부터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할인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반발이 커지자 기재부는 종량세 개편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종량세 개편안은 국회에서 다시 살아났다. 일부 의원이 “국내 업계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오던 중 권 의원이 주세법 개정안을 지난 2일 대표발의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종량세로 개편하면 국산 병맥주 세금은 떨어지지만 생맥주 세금은 60% 오르는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여야가 이날 종량세 개편 시도를 접은 것도 생맥주와 수입맥주 가격이 오르면 국민의 반발이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야는 주세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기재부에 요청했고,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새해 경제정책방향에 (해당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태훈/김일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