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에이테크모게임스가 발매한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는 동아시아 주요국에서 오랫동안 큰 인기를 끌어온 게임입니다. 한·중·일 3국에서 공통의 문화로 향유할 수 있는 ‘삼국지’라는 고전 콘텐츠를 바탕으로 삼은 까닭에 국가와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짝퉁 산업’이 발달했고, 지식재산권에 대한 존중이 약한 중국에서 코에이의 삼국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불법 복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적잖은 분쟁을 일으켜 왔다고 합니다. 이에 코에이 측이 수년간에 걸친 지식재산권 관련 법정 소송 끝에 불법 복제 제품을 배포해온 업체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아냈습니다. 배상금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손해배상금마저 떼이는 경우가 많은 중국에서 거둔 ‘성과’인 만큼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코에이는 ‘삼국지’ 등의 해적판을 불법 전송해온 중국 기업에 대한 저작권 침해 현지 소송에서 최근 승소했습니다. 해당 중국 기업에는 전송(판매) 금지 및 손해 배상금의 지불 명령이 확정됐습니다.

저작권 분쟁이 불거지게 된 것은 2016년부터라고 합니다. 2016년 1월 대만시장에 ‘삼국지 13’을 정식발매한 지 12시간 뒤에 코에이 측의 허락을 얻지 않은 해적판이 ‘3DM’이라는 중국 사이트에 업로드 됐다고 합니다. ‘3DM’에서 단 하루만에 ‘삼국지 13’을 카피한 짝퉁 삼국지 게임이 160만회나 다운로드 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코에이 측은 그해 5월에 ‘삼국지’ 등 5개 게임의 저작권이 침해당했다며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에 ‘3DM’를 운영하는 3DM게임을 대상으로 전송(판매)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2017년 9월 1심 판결에서 코에이 측이 승소했고, 올 5월에 항소법원에서도 코에이 측 승소가 확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불법 복사 게임의 전송(판매)금지와 총 162만 위안(약 2억6431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승소하더라도 손해 배상금마저 떼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입금 확인이 끝난 상태라고 합니다. 사실 배상금 규모가 3억 원이 안 되다 보니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는 평가입니다. 소송비용도 적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느라 업무에 끼친 부담까지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코에이 측은 “경제적 이익은 고려하지 않았다. 저작권 보호를 중시하고, 피해사례에 엄정히 대처한다는 자세를 보이는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코에이 측은 해적판 게임에 대해 연 100건 이상의 경고문을 발송해 왔지만 실제 소송에 들어간 것은 3DM게임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한편 중국에선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진행된 지식재산권 관련 민사소송 제소건수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20만1039건에 이르렀습니다. 지난해 928건에 불과했던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번 코에이 측 승소가 중국 시장에서의 불법 복제로 고민해왔던 일본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도 키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본 한 게임업체의 작은 소송이 중국 ‘짝퉁’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지식재산권 분쟁 뉴스를 보다보니 최근 한국에서 장관급 고위 공직자가 진품이면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에 이르는 명품시계를 착용했다가 구설에 오르자 “2007년 캄보디아에서 30달러를 주고 산 짝퉁”이라고 해명했던 장면도 문득 떠오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