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일부 외국 기업에 적용해 온 ‘공시대리인 제도’를 코스닥 상장사에도 허용한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8년 하반기 주요 추진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코스닥상장사 공시 대리인제 허용"
정 이사장은 “대부분 코스닥 기업의 공시 담당자는 재무, 회계, 투자설명회(IR) 등 여러 업무를 겸임하고 있어 공시에 집중하기 어렵다”며 “공시대리인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면 기업의 공시 오류 가능성을 줄이고 업무 부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시대리인 제도는 법무·회계·컨설팅 법인 등 외부 전문기관에 공시 업무를 맡기는 제도다. 지금은 외국 기업에 한해 이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거래소는 또 지난달 구성한 ‘공매도 조사반’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 의심거래를 조사하는 등 불공정 예방·감시 활동을 강화한다. 배당 오류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과 무차입 공매도 의혹이 제기된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별도로 거래소 차원의 제재를 조만간 추진할 방침이다.

내부자 거래 예방을 위해 상장사 임직원의 자사주 거래 내역을 해당 기업에 통보해주는 ‘K-아이타스(K-ITAS)’ 시스템도 구축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임직원이 회사 몰래 내부 정보로 주식을 매매하는 일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는 대량 착오 매매에 따른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내놨다. 1회당 제출 가능한 호가 수량 제한 기준이 현행 상장 주식의 5%에서 1% 또는 2%로 강화된다.
"코스닥상장사 공시 대리인제 허용"
개장 전 1시간(오전 8~9시) 동안인 시간외 단일가 매매 시간은 하반기에 대폭 줄어든다. 기존 1시간에서 30분 또는 10분으로 줄이고, 장 개시 전 시간외 종가매매 시간도 이와 연동해 단축하기로 했다. 다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인 정규거래 시간 단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2016년 매매 시간이 30분 연장된 이후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며 “도입 2년이 채 안 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일각에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식시장 거래 시간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따른 답변이다.

거래소는 또 옵션 만기일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로 매주 만기가 도래하는 ‘위클리 옵션’ 상품을 도입한다. 남북한 관계 개선에 발맞춰 북한의 자본시장 설립 추진에 대비하기 위한 실무연구반도 조직한다. 정 이사장은 “북한 경제 개발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과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개설이 필요하다”며 “실무연구반을 조직하고 제반 여건을 검토해 여건이 성숙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근호/하헌형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