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잇따라 나오면서 개인도 대형 빌딩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전문가그룹이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고, 그 수익(임대소득, 매매차익, 개발이득 등)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개인도 공모에 참여하거나 주식을 매입해 대형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 그동안 기관투자가들이 독점하던 대형 부동산 투자수익을 일반 국민도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츠 운용사, 리츠 상장 ‘봇물’

경기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4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신한리츠운용의 신한알파리츠는 오는 25~27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에 나선다. 이에 앞서 뉴코아아울렛 야탑·일산·평촌점 등을 담은 공모리츠 E리츠코크렙은 지난달 27일 상장했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장 40개(자산가치 2조원)를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를 설립해 상장시킬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조(兆) 단위 단일 리츠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한국리테일투자운용을 설립했다.

금융사, 부동산 투자회사 등도 속속 리츠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리츠를 운용할 신한리츠운용을 세웠다.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NH농협리츠운용을 설립했다. 국내 1위 부동산펀드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도 인가를 얻었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리츠 AMC 인가를 추진 중이다. 부동산 금융업계엔 우리은행이 리츠 AMC를 인수합병(M&A)하거나 새로 만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리츠 AMC 설립과 리츠 상장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인도 대형 오피스 투자 가능

개인은 건물값만 수천억원인 오피스빌딩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모 리츠를 이용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주식처럼 소액으로 우량 건물에 누구나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어서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현금화도 쉽다. 또 전문가가 운용하는 만큼 수익성도 높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2017년 리츠의 연평균 수익률은 8.1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회사채(연 2.5%), 예금(연 1.98%) 등의 수익률을 압도했다.

그러나 전체 리츠 198개 중 공모를 거쳐 상장된 리츠는 5개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인이 참여 가능한 상품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우리와 같은 시기 리츠가 도입된 일본은 공모 리츠 시장 규모가 현재 12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리츠 운용 수익을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와 해외 연기금 등이 독점하고 있다. 정용선 한국리츠협회장은 “상장 리츠가 활성화하면 개인의 부동산 간접투자가 확대되고, 대형 부동산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선순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부회장을 지낸 이방주 JR투자운용 회장은 “공모 부동산 활성화는 과거 토지개혁과 기업공개(IPO)제도 도입처럼 ‘부의 재분배’라는 정책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공모리츠 활성화 ‘총력’

정부는 공모를 거쳐 증시에 상장하는 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리츠 상장예비심사 면제 및 우선주 발행 허용, 리츠 투자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신용평가 실시, 은행 특정금전신탁의 리츠 투자 허용 등을 관련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에서도 리츠에 투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행 퇴직연금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퇴직연금은 부동산 펀드에는 투자할 수 있지만, 리츠 주식은 직접 살 수 없다. 리츠주(株)에 투자하려면 다시 펀드를 통해야 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표적인 ‘그림자규제’로 꼽히던 리츠 상장예비심사 절차도 간소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리츠에 일반 기업 수준의 심사를 요구해 상장 문턱이 높았다. 은행 특정금전신탁 시장은 500조원에 달한다. 리츠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리츠의 종류주 발행도 희소식이다. 상환 우선순위를 달리해 다양한 수익의 투자상품을 만들 수 있어서다.

서기열/김대훈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