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디바(diva)와 '아폴로 스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그의 형제들이 ‘잭슨 파이브’를 결성한 것은 1963년이다. 미국의 작은 도시들을 돌며 음악 공연을 했지만, 돈벌이는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에 그쳤다. 서광(曙光)이 비친 것은 1968년 미국 뉴욕 할렘에 있는 아폴로 극장이 주최한 ‘아마추어 나이트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다. 당시 우승 상금 600달러를 받아 처음으로 음반 녹음을 했고, 전국적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아폴로 극장은 미국 국가사적지로 지정됐을 정도로 미국 팝 역사에서 유서 깊은 곳이다. 1800년대 중반 에드워드 페레로 장군이 댄스 홀로 지은 것이 1914년엔 극장으로 바뀌었다. 이 극장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34년 매달 셋째주 목요일 ‘아마추어 나이트 경연대회’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미국 전역에서 음악에 재능 있는 일반인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실력이 수준 이하일 땐 심사위원이 빗자루로 후보를 무대에서 몰아내는 퍼포먼스를 해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마추어 나이트 경연대회’는 미국 팝 가수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재즈의 여왕 엘라 피츠제럴드,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이 이 경연대회 출신이다. 지미 헨드릭스, 스티비 원더, 존 덴버, 어셔 레이몬드 등 수많은 팝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등장했다. 아폴로 극장이 ‘스타들이 태어나고 전설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만하다. 경쟁을 통한 가수 발굴 시스템이 미국 팝의 생태계를 풍성하게 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경연대회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름 없는 일반인’들에게 꿈을 향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펙’을 뛰어넘어 오로지 실력으로 당당하게 승부를 겨룬다. 무명에서 스타 가수로 ‘환골탈태’하는 그들의 성장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이런 게 진정한 경쟁력일 것이다. 한국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K팝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저변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팝에 ‘아마추어 나이트 경연대회’가 있다면 오페라엔 ‘뉴욕 국제 오페라 프로젝트(New York International Opera Project·나얍)’가 있다. 나얍은 유명 성악가와 세계적 오페라 극장, 매니지먼트사를 연결해주는 ‘신인 성악가 등용문’이다. 2002년 출범한 나얍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25개국 160개 오페라극장과 계약을 맺고 오디션을 열었다. 이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지구촌 성악가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최고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이 오는 9월16일부터 나흘간 ‘나얍코리아’를 개최한다. 실력파 오페라 가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꿈을 펼칠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무대를 빛낼 ‘디바(오페라에서 최고 실력을 갖춘 가수)’가 나오기를 응원한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