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 압승의 분위기를 타고 ‘당권 경쟁’ 국면에 들어갔다. 추미애 대표의 뒤를 잇는 차기 당 대표는 2년 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0명이 넘는 차기 주자들이 ‘자천타천’으로 나서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선거 끝나자 불붙는 與 당권경쟁… '자천 타천' 15명 이상 출마 거론
선거 끝나자 불붙는 與 당권경쟁… '자천 타천' 15명 이상 출마 거론
◆벌써부터 총선 공천권 경쟁

대표 후보군으로는 7선의 이해찬 의원, 5선의 이종걸 의원, 4선의 김진표·박영선·설훈·송영길·안민석·최재성 의원, 3선의 우상호·우원식·윤호중·이인영 의원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 중 마이너리그로 불리는 ‘최고위원급’이 아닌 실제 당 대표 후보는 5명 안팎으로 추려진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우선 범(汎)친문계로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 의원은 지난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고민 중”이라며 출마 의사를 시사했다. 중도 성향으로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은 김진표 의원이 부각되고 있다. 김 의원은 ‘관리형 리더십’으로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외에 재선의 박범계·전해철 의원, 초선의 김두관 의원 등도 후보로 거론됐다. 이 중 대표적 친문인 최재성·전해철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힘에 따라 이들 간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서울 송파을 재보선에 당선된 뒤 “형편과 환경이 되면 (출마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패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인지도를 넓히면서 경쟁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권주자들이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친문 주류의 교통정리와 비주류 의원의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입김·개각 변수

당내 역학구도 변화와 함께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단행될 개각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차세대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3선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역 의원이기도 한 두 장관 모두 ‘전당대회 차출론’이 있는 만큼 자리가 비면 여러 후보가 검토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민심을 반영하고, 여권 전체의 ‘포스트 6·13 진용’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일부 부처의 장관이 교체될 전망”이라며 “일부 의원의 입각과 함께 정치인 장관의 당 복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11곳을 휩쓸며 의석수를 119석에서 130석으로 늘린 만큼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중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3선의 우원식 의원이 후임 장관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예상과 함께 전해철 의원과 박범계 의원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비서관을 지낸 연유로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대표주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교통정리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고 ‘문풍’에 힘입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당 대표 선거에서도 친문 색채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보수정당의 재편 속에서 야당을 아우를 수 있는 협치 능력도 상당 부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일정을 논의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승리에 매진해온 터라 준비가 부족한 만큼 8월 안에 전당대회를 마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9월께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정철/조미현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