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공격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헤지펀드가 단기차익 실현에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훼손하는 요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공격받은 기업, 절반은 5년내 문 닫아
캐나다 지배구조 전문 연구기관인 IGOPP가 2015년 발간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연구: 경험적 증거’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 115개 가운데 2014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63개였다. 절반에 가까운 52개사는 부도·청산 절차를 밟거나 사모펀드(PEF) 등에 매각됐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이 헤지펀드 요구를 수용해 배당을 늘리고 핵심 자산을 매각하면서 성장 동력이 손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IGOPP 분석에 따르면 헤지펀드 공격 이후 기업의 고용과 연구개발(R&D) 투자도 급격히 위축됐다. 2008년 헤지펀드 공격을 받은 기업들의 임직원 수는 5년 뒤 평균 4.22% 줄었다. 이들 기업의 매출에서 R&D 투자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7.34%에서 2013년 8.12%로 축소됐다. 실제로 엘리엇은 2013년에 지분을 매입한 데이터 분석업체 넷앱 직원 2000명가량을 해고했다.

대표이사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이직률도 치솟았다. 이에 따라 경영진 임기가 짧아져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짜는 게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해외 헤지펀드 공격에 대비해 기업들이 쏟는 비용도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여지가 있어서다. 고용과 설비투자를 위해 사용될 내부자금이 자사주 매입에 쓰인다는 지적이다. 2004년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위협을 방어한 SK의 그해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절반가량 줄기도 했다. 회사 자원을 경영권 방어에 쏟아부은 결과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권이 불안하면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줄어든다”며 “경영권 안정으로 기업의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