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따'에 개미들 몰리더니…"지하실 구경하게 생겼네" 비명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낙폭 과대주를 사들이고 있다. 기업 펀더멘털을 고려하는 대신 이른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를 통해 더 큰 수익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4월 한달 간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 한 상위 10개 종목 모두 더 주가가 떨어졌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SK이닉스, LG화학, 한미반도체, 삼성SDI, 카카오,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LG전자, 하이브, 두산로보틱스 등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모두 '하따' 전략으로 저가 매수를 노렸다. 다만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를 포함해 이들 종목 모두 4월 한달 간 많게는 14.02% 적게는 3.65%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 2위인 LG화학을 4월 3755억6882만원 규모로 사들였다. 다만 LG화학은 이 기간 3.65% 떨어졌다. 개인들은 LG화학이 올해 들어 3월까지 11% 이상 하락하자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매수에 나섰다. 다만 지난 29일 LG화학은 3월 말 종가(43만9000원)보다 낮은 39만5500원에 마감했다.

'하따' 전략으로 매수한 다른 종목도 비슷한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카카오와 LG에너지솔루션을 각각 1887억6482만원, 1783억1429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7.25%, 8.03% 빠졌다. 다만 4월 한달 간 각각 7.27%, 9.85% 추가 하락했다.

4월 한달 간 주가가 14% 떨어지며 낙폭이 가장 컸던 두산로보틱스도 '하따' 전략으로 진입한 개인들이 많았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들어 3월까지 21.80% 떨어졌다. 이에 개인 투자자는 4월 한달 간 1423억6701만원 규모 순매수에 나섰다. 다만 3월 말 8만8200원이던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29일 7만3000원에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의 고위험 투자 성향은 미국 증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29일까지 서학개미들이 순매수를 가장 많이 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서만 15.38% 하락한 종목이다. 이외에도 3배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였다.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나스닥10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 등이다. 3배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3배로 낼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3배로 커진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한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 상승 랠리가 지속된 이후 1분기가 끝난 4월부터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과 금리 급등 우려,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이 높은 주가 수준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양호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들의 향후 실적 컨센서스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시장의 초점은 실적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