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오늘로 시행 1주년을 맞는다. 400여만 명 대상 초유의 반(反)부패 실험이기에 기대와 우려가 모두 컸다. 하지만 법 시행 후 그릇된 관행과 풍습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선 별 이견이 없다. 최근 한국사회학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4%가 ‘효과가 있다’고 답했을 정도다. 그러나 논란이 끊이지 않아 어떻게든 정리할 필요성도 커졌다.

김영란법만큼 명암이 뚜렷한 법도 드물다. 각종 연고에 얽힌 청탁이 확 줄어든 것은 긍정적 변화다. 공무원들은 이런저런 청탁을 거부할 명분이 생겨 되레 반긴다고 한다. 골프 접대, 촌지 관행도 자취를 감췄다. 2차, 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가 확 줄어,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반면 농축수산물 판매는 20~30% 줄었다고 한다. 음식점의 3분의 2가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등 서민경제의 주름살도 깊다. 그렇다 보니 식사·선물·경조비의 ‘3만·5만·10만원’ 한도를 ‘5·10·5’(해양수산부) 또는 ‘10·10·5’(자유한국당)로 조정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연말께 손볼 방침이지만, 여론은 ‘더 강하게’를 요구하고 있어 또 다른 불씨를 예고한다.

김영란법 개정 논의가 시행령 조항인 ‘3·5·10’ 조정에만 쏠려 있는 것은 유감이다. 청렴사회 지향이란 법 취지를 망각한 논의는 자칫 후퇴로 비쳐, 여론의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 이왕 시행한 김영란법은 “이런 것을 해도 되나”란 공직자의 자기규율과, 우리 사회의 거품과 군살을 빼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서 지난해 176개국 중 한국은 52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익숙한 관행’을 용인하는 한 선진사회는 요원하다.

차제에 김영란법을 손본다면 시행 전부터 지적된 문제점부터 논의해야 마땅하다. 공적 권한이 없는 민간인까지 포함한 적용대상의 무원칙, 유권해석에 의존하는 법적 모호성, 교수 등 전문가의 축적된 지식의 가치를 법으로 통제(강연료 규제), 국회의원의 이해상충 방지조항 누락 등에 대한 비판은 지금도 유효하다. 시행 후 문제점을 보완키로 했던 만큼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이를 포함해 김영란법의 소모적 논란은 재공론화를 통해 종식시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