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비화 '선제·예방타격'에 상당한 부담 갖는 듯
中 재활용 실패시 선택지 '북핵 동거나 군사대응'으로 좁아져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후 군사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단 중국을 대북지렛대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그것은 미국 정부의 첫 번째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통화 내용에 대해 "시 주석은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며 "그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군사옵션 후순위로… '중국 대북지렛대'에 다시 무게
이는 북한의 최대 후원국이자 교역국인 중국을 활용한 '평화적 압박공세', 즉 외교적 해법에 다시 한 번 기대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통화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협력 강화와 추가적인 조치를 약속했다"며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 일각에서 북한 핵시설 등에 대한 선제·예방타격 등 강경 옵션이 거론되고 있지만,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군사대응을 택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전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 "두고 보자"고 한 뒤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거래를 중단하겠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강하게 시사한 것도 현실적 선택은 결국 중국 지렛대뿐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로 미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에 찬성할 것을 시 주석에게 강하게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32㎞ 송유관을 중국이 걸어 잠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멈출 수 있는 실질적인 압력을 가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흔쾌히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시 주석은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미뤄 전화통화에서 시 주석이 미 정부의 즉각적인 군사옵션을 강하게 반대하면서 모종의 역할론을 피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외교·안보 라인도 이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이날 연방 상·하원에 북한 문제를 비공개로 보고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들은 동맹국과의 협의, 제재, 유엔 조치 요구, 군사옵션 등을 포함한 대응책에 관해 이야기했으나 북한에 '화염과 분노' 등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였다고 이 통신이 참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뉴욕) 의원은 보고를 받은 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엄포는 없었다"고 전했다.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를 촉구하면서 미국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압박하는 한편 유엔에서 대응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중국 재활용'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에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 경우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ICBM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현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북핵과의 동거나 군사행동' 2가지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MSNBC '모닝 조'에 출연해 대북 경제제재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미국에는 군사력 증강과 미사일 방어를 통한 억제를 조합해 미사일과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거나, 선제공격하는 등의 2가지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참고 견디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것도 외교해법이 실패하면 결국 군사옵션을 포함한 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김정은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