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어제 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양국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이다. 두 나라가 2008년 선언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무색하게 정부 차원 공동 행사도 없이 각각 기념행사를 치렀다. 국가 간 우호 협력 관계 약속마저 무시하는 중국의 ‘G2(세계 2대 강국)’답지 못한 모습으로 미뤄 볼 때 노골적인 ‘사드 보복’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강한 중국’을 주창하는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국익을 위해 경제보복을 일삼고 있다.

우리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가 ‘한국 무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1%(작년 기준)로 1위다. 한국 해외투자의 9.4%(2위)가 중국이다. 심지어 내수 정책도 중국 위주다. 지난해 해외 관광객 47%를 차지한 중국인을 겨냥해 면세점과 호텔을 늘렸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치졸한 경제보복을 수출 및 투자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제품 품질을 높여 거대시장인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등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 스크린쿼터제도 폐지와 일본문화 개방 등의 위기를 기회 삼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영화산업과 K팝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중국이 넘보지 못할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한국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등 핵심 부품과 중간재 분야에서는 감히 보복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야를 늘려야 한다. 대외 관계 불확실성을 줄이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궁극적인 힘은 결국 기업으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