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은행 창구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최고 70%에서 40%로 낮춘다고 발표한 뒤 적용 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아서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대출 수요층의 상황에 맞춰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늦은 감이 있다.

이해당사자이지만 은행들은 대출 혼선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는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려는 움직임만 확산되고 있다. ‘달라진 규제 환경에 적응하고 보자’는 식의 단견(短見)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금융당국의 지시와 무관하게 은행들이 다(多)주택자들에 대한 돈줄 조이기에 나선 것 역시 ‘지나친 눈치 보기’일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은 그동안 숨막히는 규제 때문에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힘들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규제 그늘에 숨어서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편한 영업을 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은행들이 당국의 지침에 따라 담보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사이를 오가며 돈을 번 것도 사실이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오늘 다주택자 대상의 세부 대출 규제 지침을 논의해 통일된 기준을 마련한다. 당국으로서는 금융권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은행들이 정책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당국 눈치만 봐서는 곤란하다. 그간 관치(官治)금융을 말로만 비판해왔을 뿐, 스스로 규제환경에 안주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