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르면 이번주 중 ‘탈(脫)원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난달 29일 산업부 비공개 워크숍에서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산업부가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한 뒤 나온 조치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출범에 맞춰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정부가 탈원전에 비판적인 언론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팀을 꾸리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 직속으로 운영될 탈원전 대응 TF는 실장(1급)을 팀장으로 하고, 기존 에너지 정책 담당자를 제외한 다른 공무원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백 장관이 직접 TF를 꾸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TF의 주요 역할은 국민에게 탈원전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비판적인 언론에 대응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 국회의원을 상대하는 대관업무도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TF가 직접 청와대와 교감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4일 공론화위 출범식에서 “정부는 (공론화위에 대한) 어떤 간섭 없이 공정과 중립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부에서조차 “탈원전 대응 TF를 만드는 게 이런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TF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이슈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큰 개념인 탈원전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와 상관없이 탈원전이라는 방향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자력계에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탈원전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산업부가 탈원전 이슈에만 매몰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부는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했지만 본부 정원을 4명 늘리는 데 그쳤다.

반면 탈원전 대응 TF가 새로 꾸려지면 기존 에너지 업무 담당자를 포함해 에너지 쪽 인력은 크게 늘어난다. TF만 두 자릿수 인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산업부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탈원전에만 신경 쓰느라 FTA는 뒷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