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직속상관 법무장관 제치고 '공익'만 바라보고 단독으로 결정
발탁해 준 트럼프에 칼 겨눈 모양새…'코미 해임 주도' 낙인에 강수둔듯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확정으로 미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특검 카드를 밀어붙인 로드 로즌스타인(52) 법무부 부장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특검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결단'이 없었다면 최소한 현시점에서의 특검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특검으로 임명한다는 공식 발표를 하기 30분 전에야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 고문에게 전화로 특검 임명 계획을 통보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 출신인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내통' 의혹의 한 당사자여서 이 사건에서 손을 뗀 상황인 데다가, 미리 보고할 경우 자칫 특검 임명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발탁해 준 트럼프 대통령과 직속상관을 제치면서까지 특검을 밀어붙인 셈이다.

향후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겨눈 칼의 첫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이번 특검 결정은 '강골 검사', '정통 법조인', '초당적 인물'이라는 그의 명성과 무관치 않다.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을 나왔으며 30년간 법무부에서 봉직한 정통 법조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위스키 성추문 스캔들'을 조사한 케네스 스타 특검팀의 일원으로 활약했으며 2005년에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메릴랜드 주 연방검사로 임명됐다.

공화당 정권에서 연방검사로 임명됐으나 직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살아남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의 중립성과 강직함을 높이 산 데 따른 것이다.

그는 부시, 오바마 양대 정부에서 탁월한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으로 공화·민주 양측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즌스타인 부장관을 발탁했을 때 '트럼프 정부에서 가장 잘 된 인선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하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을 전격으로 해임했을 당시 백악관이 해임 건의 주도자로 로즌스타인 부장관을 공개 거론하자 여야는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공히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 것도 그의 이런 명성과 무관치 않다.

당시 일부 주요 언론은 '로즌스타인도 트럼프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명예에 영구적인 손상을 초래했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했다.

로즌스타인 부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결정을 내렸음에도 자신에게 '악역'을 맡기자 사퇴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특검 결단을 이런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코미 해임 주도자'라는 억울한 낙인이 찍히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특검이라는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특검 정국의 문을 처음 연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앞으로도 당분간 정국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상원, 그리고 이튿날인 19일 하원에 각각 출석해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브리핑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