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2 닉슨 되나…"워터게이트 때보다 심각" vs "그 정도는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이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난 9일 전격 해임한 데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처럼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자진 사임할 가능성이 있을까.

워싱턴포스트(WP) 소속으로 1972년 닉슨의 민주당 도청 시도 사건인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연속 보도해 결국 그를 실각시킨 두 기자는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워터게이트 기자들의 엇갈린 평가

정치평론가로 일하는 칼 번스타인은 14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우리는 어쩌면 워터게이트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닉슨은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일 뿐이었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자리를 수행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뿐만 아니라 외국 세력과 공모하고 이를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반면 번스타인과 함께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했고 이후 WP 편집장을 지낸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장은 같은 날 폭스뉴스에서 “이건 아직 워터게이트가 아닐 뿐만 아니라 범죄인지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1000가지 질문이 있고 이 질문에 (트럼프 정부는) 대답해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우드워드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이상하다”며 “언제나 그렇듯 충동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실성 낮다 vs 가능성 있다

학계에서도 트럼프가 ‘제2의 닉슨’이 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실적으로 탄핵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더 많지만 탄핵을 점치는 의견도 일부 있다.

션 윌런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11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을 통해 이번 사건이 워터게이트처럼 번지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를 요약했다. 그는 “닉슨 탄핵 절차가 시작될 때와 달리 이번에는 대통령이 연루된 뚜렷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민주당이 다수였던 당시 의회 구성에 비해 현재는 공화당이 상·하원의 다수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 공화당은 러시아 스캔들을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언론 환경도 당시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당시엔 언론이 끊임없이 닉슨을 압박했지만, 지금은 폭스뉴스·브레이트바트뉴스와 블로거 등이 트럼프의 주장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낙마로 ‘마이크 펜스 대통령(현 부통령의 권한대행 체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을 예측해 주목받은 앨런 릭트먼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는 지난달 《탄핵을 위한 사유들》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이나 가족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 등으로 탄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공세 수위 높여

민주당은 코미 국장 해임을 계기로 공세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특별검사 임명을 당론으로 삼아 요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FBI 차기 국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더라도 인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도 일부 의원이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등 내부 균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소수파에 불과하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러시아 스캔들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등 정부 주요 인사를 교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