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대기업그룹 계열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시장 안정과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 덕분에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돼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새롭게 상장 일정을 확정한 대기업그룹(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52곳) 계열사는 한 곳도 없다. 이랜드그룹(42위) 계열 이랜드리테일과 셀트리온(47위) 계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각각의 사정으로 상장을 보류했다.

한진그룹(10위) 계열 진에어, 코오롱그룹(32위) 계열 티슈진 등이 하반기 이후 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SDS, 2015년 LIG넥스원과 이노션,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 등 굵직한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이 흥행을 이끈 것과 비교해 저조한 성적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은 코스피지수 상승과 정국 안정은 대기업의 결단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IPO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이다.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IPO는 보통 연초부터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올해는 정국 불안 등으로 이런 시장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선 종료와 함께 IPO에 나서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체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들이 주요 상장 후보로 거론된다. NH투자증권은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추진해 로봇 사업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적 악화로 2015년 상장 계획을 미룬 SK루브리컨츠도 최근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상장 후보로 꼽힌다. LG그룹 계열 LG CNS와 서브원도 잠재적인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포스코건설, LS전선 등도 상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