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사업보고서를 낸 253개사의 고용현황을 집계한 결과 작년 말 고용인원이 93만124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903명(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이 사업부 매각과 희망퇴직 등으로 1만3006명을 줄인 것을 비롯해 현대중공업(-4912명) 대우조선해양(-1938명) 포스코(-1456명) 등 불황 업종의 감소폭이 컸다. 고용을 늘린 그룹은 신세계(1199명) CJ(599명) 등 유통분야와 효성(942명) LG(854명) 등 12곳에 그쳤다.

주력업종 침체와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절벽’이 예상되긴 했어도 30대 그룹에서 2만명이나 감소한 것은 심상치 않은 신호다. 대기업 위축은 산업생태계에 속한 중소기업에까지 파장을 미친다. 지난 2월 실업률이 5.0%, 청년실업률은 12.3%까지 치솟은 게 그 결과다. 게다가 정치에 휘말린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동네북 신세다. 총수들이 수시로 국회로, 검찰로 불려 다니고 심지어 구속까지 된 마당이다. 만연한 반(反)대기업 정서에 편승해 국회에는 규제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간다. 이렇게 대기업 때리기에 혈안인데 고용이 늘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올해에도 대기업 고용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한 달여 남은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은 하나같이 재벌개혁을 공언하고 있다. 누가 되든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고 경영을 과잉 범죄화하는 개혁몰이에 나설 게 뻔하다. 경영권을 위협할 상법 개정안, 기업 부담을 늘릴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도 재추진될 것이다. 실적이 개선되고 수출이 반등하고 있다 해도 기업들이 선뜻 고용을 늘리기 힘든 환경이다.

너나없이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지만 경제이해력이 낮은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일자리 공약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압박하고, 공시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하겠다는 수준이다. 기업 활력과 규제 혁파를 말하는 후보는 실종되고, 마약 같은 포퓰리즘 경쟁이다. 일자리는 정치가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청년들의 한숨 소리만 커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