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관광업계 "미국 외면 무슬림 관광객 몰릴 것" 기대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세계가 더욱 고립주의로 향하는 지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관광객의 방문을 더 쉽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을 외면하게 된 무슬림 관광객과 제3 세계 출신 유학생의 발길을 서둘러 붙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5년 기준으로 세계 무슬림 인구는 57개국 18억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중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 7개국을 테러 위험국으로 간주해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하지만 여타 무슬림 국가들에서도 인종차별과 신변불안 등을 이유로 미국 방문을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관광산업 비중이 큰 국가들은 무슬림 관광객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호 반디 캄보디아관광연합회 회장은 "갈수록 많은 무슬림 관광객들이 아세안을 찾을 것"이라면서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든 제품)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타삭 수파손 태국 관광청장도 "미국의 무슬림 7개국 국민 입국금지 영향으로 태국을 방문하는 중동 출신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세계적 명문대가 여럿 있는 싱가포르는 무슬림 관광객 뿐 아니라 제3 세계 출신 유학생 유치에도 열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학 졸업후 이민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았던 인도 등 제3 세계 출신 유학생들이 이민 규제 강화를 우려해 다른 유학처를 물색할 조짐을 보이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산업의 수혜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신흥국 경제 전반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할 경우 기존의 수출 중심 성장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차팁 바스리 전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신흥국은 산업화와 무역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고성장을 이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서 그런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당시 세계 경제가 열려 있었기에 선진 공업국이 될 수 있었다"면서 "(동남아 등지의) 나머지 신흥국은 그런 성공 스토리를 재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