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겨냥해 "역사는 거래카드 아니다"…"악인에 관용 베풀면 안 돼"

중국이 하와이 진주만 방문에서 전쟁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물론 관영 언론까지 나서 아베 총리의 행보를 정치적 쇼로 규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하려면 일본 침략의 피해국인 아시아 국가들에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본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는 반드시 가해자의 진정하고 깊은 반성의 기초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어 "그런 화해여야만 비로소 진정으로 믿을 수 있고 튼튼하게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피해국 입장에서는 수차례의 '영리한 쇼'가 한 번의 진정한 깊은 반성보다 못하다"면서 진정한 반성이 미래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 대해 "영리하지만, 진정성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주요 외신들의 평가를 전하고,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화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아베 총리를 향해 "쇼를 하지 말고 침략의 역사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은 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이날 '역사는 거래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아베의 하와이 방문의 주요 목적은 미·일 화해를 통한 일본의 전후체제 극복에 있다"면서 "이른바 '위령' 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진주만 사건에 대해 사과도 않고 일본이 아시아국가를 침략한 것에 대해서도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베 총리를 향해 "세상 사람들에게 꼼수를 부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끌어들여 짜고 치는 연극의 의도가 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같은 거래에 응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미국에도 화살을 겨냥했다.

이 신문은 "원칙적인 문제에서 악인에게 관용을 베풀 경우 과거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역사는 역사이기 때문에 절대로 현실적 교역(거래)의 카드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사설을 통해 "일본이 역사문제의 화해를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진주만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을 찾아야 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하와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아베는 마땅히 난징(南京)에 와야 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그가 난징대학살의 현장인 난징과 7·7 사변의 현장인 베이징(北京) 노구교(蘆溝橋), 한국 서울 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하와이 방문 목적은 미·일 동맹강화와 이를 통한 대중 견제력 강화에 있다"면서 "역사문제를 적나라하게 정치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중·일은 단기간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중국이 일본보다 종합적인 국력에서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전날 영문 논평을 통해 트럼프와의 회동, 진주만 방문 등 아베 총리가 보여준 최근의 외교 행보를 "죽은 말에 채찍질하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반성이 없는 일본은 아베의 외교정책을 몽상 속의 정책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일본 정상으로서 75년 만에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습지인 진주만을 찾아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하면서도 전쟁 사죄와 반성의 메시지는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