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헌법의 수호자는 누구인가
19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국정감사를 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갔었다. 그때 헌법재판소 정원에 있는 ‘헌법수호자의 상’(최의순 작, 1992)을 처음 봤다. 꽤 인상적이었다. 오른손으로 저울이 새겨진 책을 가슴에 품고 있고, 왼손으로는 끊어진 쇠사슬을 감아 불끈 움켜쥐고 있다. 맨발로 땅을 딛고 서서 눈을 부릅뜨고 앞을 응시한 모습이 거칠게 청동상에 새겨져 있어 강렬했다. 공평과 정의감을 갖고 모든 부당한 억압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와 힘을 느꼈다.

법은 한 국가의 근본이고 최고 규범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하는 건 마땅하다. 헌법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누가 헌법의 수호자인가”라는 논쟁이 있었다. 특히 독일의 카를 슈미트와 한스 켈젠 사이의 논쟁은 유명하다. 슈미트는 대통령이라 했고, 켈젠은 헌법재판소라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헌법 수호자일까. 우리 헌법은 명문으로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준수할 책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66조2항, 제69조). 그러나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더라도 국회의원 대법관 판사 헌법재판관 등은 물론 모든 공직자는 당연히 헌법을 수호하고 준수할 책무가 있다. 그뿐이랴. 언론기관이나 정당 등 사회적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나 그 구성원도 마땅히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고 준수해야 한다.

헌법의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수호자는 국민이다. 우리 모두가 헌법수호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지는 것이며, 솔선수범해 헌법을 준수하고 실현해야 한다. 또 헌법을 침해하는 행위가 나타나면 단연코 나서서 헌법을 지켜내야 하는 것도 국민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1차적으로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 공직자들이 합세해 헌법을 파괴하고 유린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은 헌법의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수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헌법 수호자로서 대통령 탄핵소추를 가결했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가 맡았다.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수호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헌법수호자의 상’은 물론 국민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상민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smlee@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