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 하원의원→주지사 지낸 정통보수 공화당 주류 인사
트럼프 위기 때마다 노련하게 수습한 '해결사'


미국 부통령 당선인 마이크 펜스(57) 인디애나 주지사는 정통보수 인사로, 공화당 주류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가 꺼낸 '안심 카드'였다.

'좌충우돌' 발언과 행동에 반감을 보인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과 당원들에게 자신을 지지할 명분을 주려는 게 트럼프의 계산이었다.

펜스는 공화당 내 강경세력인 '티파티' 소속으로,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보수진영 내 입지가 튼튼하다.

인디애나 '토박이' 출신으로 변호사와 라디오ㆍTV 토크쇼 진행자를 거쳐 200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내리 6선을 지냈다.

이어 곧바로 2012년 주지사에 당선되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당내에서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한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즉각 반색하고 나설 만큼 펜스 카드는 주효했다.

라이언 의장은 "내가 펜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은 새삼 비밀도 아니다"며 "펜스라면 트럼프에게 의문을 갖는 보수주의자들을 안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층의 분열과 이탈을 막고 표심을 결집하는 데 곧바로 힘을 보태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펜스는 상원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트럼프 지원을 당부하는 등 트럼프와 당 지도부를 잇는 가교 구실에 충실했다.

특히 트럼프가 미스 유니버스 비하 발언,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 등 악재에 시달리며 사면초가에 처했을 때도 묵묵히 곁을 지키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는 트위터에 "나의 러닝메이트 도널드 트럼프의 대승!"이라며 "당선과 함께 있어 자랑스럽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을 올려, 벼랑 끝 위기에 빠진 트럼프를 버릴 것이라는 항간의 추측을 일축했다.

펜스는 '해결사' 역할도 마다치 않아 트럼프의 거친 발언이 논란을 낳을 때마다 전면에 나서 노련하게 수습해냈다.

트럼프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대통령이 되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낼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독재자 발상'이라는 비난이 일자, 펜스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그것은 빈정댄 말이었지만 너무 지나쳤다"고 즉각 어수선한 사태를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클린턴이 특별검사에 의해 재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가 대선 패배 시 불복 가능성을 열어뒀을 때도 펜스는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차별화하면서도, "미국인들은 미디어의 명백한 편향 보도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사람들이 '조작된 선거'라고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며 트럼프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하고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펜스는 또한 지난 4일 민주당의 팀 케인과 가진 부통령 TV토론에서 승리하며, 클린턴과의 1차 토론에서 패배한 트럼프 캠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펜스는 특히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로 차분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미 언론은 그를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의 반열에 올렸다.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역내 동맹을 굳건히 하고 대북제재 강화를 주장해 트럼프와는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TV토론 당시 '북한이 미국에 도발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한다는 판단이 들면 선제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에 맞서 핵전력 현대화를 포함해 미군을 재건해야 한다"며 "아시아태평양지역 등의 국가들과 협력해 북한의 김정은이 핵 야욕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