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장 크리스티가 진두 지휘…인수기간 백악관 조직과 내각 인선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키며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곧바로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한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선 직후부터 다음 해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까지를 정권인수 기간으로 부른다.

1963년 미국 의회가 제정한 정권인수법에 따라 연방 총무처(GSA)가 정권인수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권인수 절차는 대선 후 전임 정권의 레임덕을 최소화하면서 차기 행정부로의 성공적인 정권 이양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띤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패배를 먼저 선언하고 나서 트럼프 후보 측이 승리 선언을 하면 총무처가 최종 승자를 확정 발표한다
그다음 정권인수위가 본격 가동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73일간의 정권인수 기간에 비서실장 등 백악관 참모 조직과 차기 행정부 장관 등 요직 인선을 하고 조각을 마친다.

또 정보기관을 포함한 새 정부 중앙부처 공직자 수천 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한다.

8년간 미국을 이끈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정당이 다르고, 대선 기간 내내 양측이 사사건건 대립해 팬 골이 깊다는 점을 떠올릴 때 정권 인수인계 작업에서 적지 않은 파열음이 나오리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이민 정책에서 완벽하게 대립한 만큼 최대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트럼프 취임 후 즉각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한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조작' 프레임을 내건 트럼프에게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그만 징징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트럼프가 마지막 TV 토론에서 선거 결과 승복 불복을 시사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주의 가치 훼손, 위험한 행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도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된 뒤 뼛속까지 충격적이며 수치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며 남편과 함께 트럼프 때리기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 당선인도 오바마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 폐기를 강조하며 맞섰다.

또 오바마 정부의 외교 정책을 "나약하고 혼란스러우며 총체적인 재앙"으로 혹평하고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내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뒤 자신을 가장 먼저 지지한 '오른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지난 5월 정권인수위원장에 선임했다.

크리스티 위원장은 백악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른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선대본부장, 백악관 대변인이 유력한 켈리엔 콘웨이 현 선대본부장과 더불어 조각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인수에 앞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최종적으로 확인, 발표하는 요식 절차가 남았다.

미국 대선은 우리나라처럼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직접 선거가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선거인단이 다시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8일 대선에서 총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을 확보해 승리를 확정 지었지만, 선거인단과 미국 의회가 그의 당선을 형식상 추인해야 한다.

각 주(州) 승리 정당의 선거인단은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의 월요일', 즉 올해 12월 19일 주도(州都)에 모여 주지사 입회하에 자신의 당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선거인단은 자신을 선임한 대선 후보만을 지명하겠다는 '신의성실 원칙 준수' 서약을 한다.

이 서약에는 법적 구속력이 있으므로 유권자 투표 결과와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연방 상원의장은 이렇게 모인 각 주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내년 1월께 발표한다.

주요 장관 내정자들의 의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정권 인수인계 절차가 마무리되면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월 20일 미국 의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시작한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