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운동맹을 유지해야 하는가

[뉴스의 맥] '얼라이언스'는 해운인프라, 해운구조조정 속도내야
해운업체 간 동맹이란 의미로 사용하는 해운 얼라이언스(alliance)는 주로 참여선사들이 선박공유협정을 체결해 구성한 연합체를 말한다. 이들 선사는 선박을 공유해 해상운송 영업을 할 수 있고, 터미널 등 보유 자산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으로 마케팅을 하거나, 운임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등의 독과점 행위는 금지된다.

세계 정기선 해운은 총 4개의 얼라이언스로 구성돼 있다. 선박량 기준으로 세계 1위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세계 2위인 스위스의 MSC사가 결성하고 있는 ‘2M’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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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진해운, 중국의 COSCO, 일본의 케이라인, 대만의 양밍해운과 에버그린으로 결성된 ‘CKYHE’, 현대상선, 싱가포르의 APL, 일본의 MOL과 NYK,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홍콩의 OOCL로 구성된 ‘G6’, 마지막으로 중국의 CSCL(중국해운), 프랑스의 CMA CGM, 아랍에미리트의 UASC가 결성한 ‘오션3’가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중국의 COSCO와 CSCL 2개사가 합병한 ‘중국 COSCO해운’이 정식으로 발족했다. 4월에는 중국 COSCO해운이 프랑스의 CMA CGM, 홍콩의 OOCL, 대만 에버그린 등과 함께 ‘오션(OCEAN)’ 얼라이언스를 설립하기로 발표했다. CMA CGM이 지난해 12월 넵튠 오리엔트라인(NOL)의 APL사를 인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5개사가 참여하는 초대형 얼라이언스가 형성되는 것이다.

2M·오션, 유럽·북미 항로 양분

[뉴스의 맥] '얼라이언스'는 해운인프라, 해운구조조정 속도내야
‘오션’ 얼라이언스는 세계 최대 얼라이언스인 ‘2M’과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 운송능력으로 보면 2M이 약 34.5%의 시장을 점유하고, 오션 얼라이언스가 34.1%의 시장을 점유해 유럽항로를 양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시아~북미항로의 경우는 ‘2M’이 15.3%를 점유하는 데 비해 ‘오션’은 37.8%를 점유, 북미항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이 속해 있던 ‘G6’는 최근 상위 2개 선사가 이탈하면서 독일 하파그로이드를 포함해 소속 선사가 4개(G4)로 축소된 상태다. 또 한진해운이 속한 CKYHE는 ‘KYH’만 남게 됐고, ‘오션3’도 UASC사만 남아 이들 선사만으로는 동맹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

독일 하파그로이드사는 2014년 칠레의 CSAV사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재 10위의 UASC사 합병을 위해 논의 중이다. 1만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 서비스를 하고 있지 못하는 하파그로이드사는 이미 1만8000TEU 서비스를 하고 있는 UASC사와의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초대형선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하파그로이드사가 주축이 된 G4+UASC 얼라이언스는 자체로 유지가 가능할 전망이다. KYH를 포함시켜 제3의 얼라이언스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정기선 해운선사들이 해운동맹체인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이유는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에 대응한 생존대책이라 할 수 있다. 얼라이언스에 속하면 각사는 선박과 세계 영업네트워크, 내륙 수송물류망, 정보망, 기항항만 등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동시에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는 수송할 화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업체의 기항서비스 및 선박을 공유하는 얼라이언스를 통해 기항항만을 늘리고 기항빈도를 늘리는 효과를 통해 선박 수송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환적 모항 이전 사태도 우려

그러나 얼라이언스에 포함되지 못한 선사들은 자체적으로 선단을 꾸려야 하고, 독자적인 세계 영업망을 구축해야 하며, 기항터미널도 전용터미널이 아니라 공용터미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상대적으로 얼라이언스 선사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화물 집화능력도 뒤질 수밖에 없다. 20위 이내 선사 중에서도 5개 정도가 독자적인 선사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유럽항로나 북미항로 등 동서 기간항로에 취항하기보다는 아시아 역내항로, 유럽 및 북미 남북항로에 주로 취항하고 있다.

해운동맹체인 얼라이언스에 어떤 선사를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선사의 재무건전성이다. 얼라이언스 멤버 선사들이 재무상태의 어려움으로 항만에서 압류된다든지 하면 얼라이언스 전체 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둘째, 비용경쟁력이 있는 선대를 확보할 수 있는 투자여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연료절감형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정기선 운항서비스의 질적 수준이다. 선박의 선형 조합이 얼라이언스에 잘 조합될 수 있는지, 보유하고 있는 터미널의 유무 등이 조건이 될 수 있다.

한국 선사가 구조조정 중에 있는 와중에 전 세계 얼라이언스의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비교적 결속력이 좋은 G4에 포함돼 있어, 재무건전성만 설득할 수 있다면 얼라이언스 잔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도 세계 8위 규모의 선사이기 때문에 신규 얼라이언스 구성에 포함되는 제안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이라는 상태를 빨리 벗어나야 하는 전제가 뒤따르긴 한다.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형성해서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규제당국의 독과점 여부에 대한 판단을 얻는 데 3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한다면 오는 9월 이전에는 논의가 확정돼야 한다. 또 얼라이언스 협상에 2~3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6월부터 얼라이언스 논의를 시작해야 하므로 국적선사 구조조정 논의는 적어도 5월 말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

만약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여의치 않아 국적선사가 해운 얼라이언스에 포함되지 못한다면 여러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국적선사 없는 해외 얼라이언스의 우리 항만 기항서비스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환적 모항을 외국 항만으로 이전하는 사태도 발생할 것이다. 나아가 외국 선사의 우리 항만 기항서비스가 불안정해질지도 몰라 한국 수출입 업체의 해상운송 서비스 하락과 비용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해운은 물론, 항만, 물류, 무역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현안인 것이다.

수송인프라 수성 측면서 봐야

따라서 해운 구조조정과 동시에 비용경쟁력이 있는 연료절감형 1만4000~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등 국적선사 경쟁력 강화조치가 함께 발표돼야 얼라이언스에 잔류 혹은 포함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신규물량 발주는 신조선 가뭄 속에 있는 조선소의 일감확보에도 큰 응원군이 될 것이다.

영국의 해운산업 일간지 로이드 리스트지는 최근 컨테이너선사 간 합병과 얼라이언스 재편은 컨테이너해운 60년 역사상 가장 예외적인 대형 합병이며, 이합집산이라고 평하고 있다. 해운시황이 그만큼 어려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해운업 구조조정과 얼라이언스 대책도 소용돌이 속에 있는 한국의 수송인프라를 지킨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양창호 <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