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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한·일 통화스와프부터 맺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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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
    [차병석의 데스크 시각] 한·일 통화스와프부터 맺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국이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한·미 통화스와프(맞교환) 덕분이었다. 그해 10월 미국과 전격 체결한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급락하던 원화값과 주가를 단번에 반전시켰다. 언제든지 미국 중앙은행(Fed) 금고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꺼내다 쓸 수 있는 ‘달러 우산’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은 금융위기 태풍을 피할 수 있었다. 곧이어 일본 중국과 300억달러씩의 통화스와프까지 성사시켜 한국은 든든한 ‘안전판’을 확보했다.

    지금 이 안전판은 대부분 소실됐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몇 차례 연장되다 2010년 계약이 종료됐다. 2011년 한때 700억달러까지 늘었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작년 2월 모두 사라졌다. 한국이 지금 맺고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은 중국과의 3600억위안(약 64조원)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등 5개국과의 약 800억달러 규모다. 그러나 이들 통화스와프는 모두 해당국 통화와 맞바꾸는 것이다. 달러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은 없다. 통화스와프에서도 한·미·일 삼각동맹이 무너진 결과다.

    비상시 달러 조달 루트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작년 12월 이후 한·일 두 나라 간 통화스와프 재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본 재무성 고위 관계자는 “한국 측에서 (통화스와프에 대한) 요청이 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작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재계회의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두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비상시 한국의 달러 조달 수단이 된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로 조달한 엔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언제든지 달러로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1조2000억달러를 넘는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한·미 통화스와프에 버금가는 달러 확보 루트다.

    둘째, 미국이 구축해 놓은 국제 금융시장 안전망에 한국도 한 다리 걸칠 수 있다. 미국은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일본 영국 스위스 캐나다 유럽연합(EU)과 상시적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런 일본과 한국이 통화스와프로 엮이면 우리도 미국의 글로벌 금융안정 체제에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위기 닥쳐 맺으려면 늦어

    작년 말 외환보유액이 3680억달러나 되는데 굳이 한·일 통화스와프를 맺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통화스와프는 만약의 위기에 대비한 ‘보험’이다. 2008년 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실무 주역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통화스와프를 주한미군에 비유했다. 존재 자체로 외환위기를 억제한다는 뜻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중국 경제 쇼크, 국제 유가 하락, 미국 금리 인상에 북핵 리스크까지 겹친 ‘퍼펙트 스톰(거대 경제 위기)’이 언제 한국을 덮칠지 모를 일이다. 정작 위기가 닥친 뒤 통화스와프를 맺으려면 늦는다. 1997년 12월 외환위기 때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가 일본 재무성을 찾아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 했던 쓰라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차병석 경제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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