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 "뉴욕주 네일숍 논란, 한인 목소리 대변해야죠"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극구 말리셨어요. 선거에서 질 게 뻔했으니까요.”

미국 뉴욕 최초의 한인 정치인인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한국명 김태석·36·사진)은 뉴욕주 상·하원의원 231명 중 유일한 동양인이다. 미국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흔한’ 변호사 경력도 없는 평범한 한국계 젊은이의 당선은 미국 정치계에서도 파격적인 일이었다. 22일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나이도 어리고 가진 것도 없는 가난한 야채가게집 아들이 당선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8세 때 미국 이민길에 오른 그는 비주류 동양인으로서 갖은 고생을 겪은 부모님을 보며 정치인의 꿈을 키웠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민 2세는 대부분 법학이나 경제학을 공부해서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나 은행가가 되려고 하지 정치하려는 사람들이 없어요. ‘동양인은 돈벌레’라는 편견을 깨고 정치적인 힘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중국계인 존 리우 당시 뉴욕시의원 밑에서 10년간 경험을 쌓은 그는 2009년 처음 출마한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201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250표의 근소한 차로 승리를 거뒀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뉴욕 이민자의 35%를 차지하는 중국계도, 한인사회에서 오랫동안 인맥을 쌓은 이민 1세대도 넘지 못한 장벽을 넘어선 것이다. 그는 “교민뿐만 아니라 미국인 가정을 집집마다 방문한 게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했다. “차세대 정치인의 깨끗한 이미지와 열정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 의원은 공약대로 미국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한인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2년 뉴욕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인 노인을 쫓아낸 사건을 중재해 사과를 받아낸 것도 그다.

최근엔 뉴욕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한인업주들을 위해 뛰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한인이 운영하는 네일숍 직원들이 저임금,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이후 직원들의 고용,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운 이민 사업자들이 보험을 들려면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뉴욕 네일업주의 70%가 한인인데, 이 법이 통과되면 이 중 30% 이상이 폐업위기에 몰리게 되죠.”

그는 과거 네일숍을 운영했다가 실패한 어머니의 경험을 토대로 이민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새 법안을 마련해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 개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뉴욕주지사에게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점은 정치적 부담이다. “아직도 사회적 소수자를 타깃으로 한 불평등한 법이 만들어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서 차별 없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게 제게 남겨진 숙제죠.”

김 의원은 미국 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분쟁 등 한·일 갈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내년 뉴욕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일 방문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올바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한·미·일 관계 복원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이 세계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