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는 모금에도 큰손에만 의존…풀뿌리에는 취약
`돌풍' 샌더스는 풀뿌리 모금이 전체의 80.7% 차지
2012년 오바마, 소액기부서 롬니 제치며 승리

미국 대통령 선거 예비주자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거둬들인 후보는 누구일까.

'대세론'을 앞세운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전 국무장관일 것 같지만, 선두는 젭 부시(공화당) 전 플로리다 주지사다.

힐러리 전 장관은 두 번째다.

그런데 '잘 나가는' 두 사람의 모금액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불안한 징후'가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집계를 보면 지난 6월30일까지 각 후보가 거둬들인 모금액 순위에서 부시 전 지사는 압도적 금액으로 1위를 차지했다.

무려 1억1천440만 달러(1천313억 원)에 달한다.

2위는 힐러리 전 장관으로 6천310만 달러(724억 원)다.

부시 전 지사가 거둬들인 자금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테드 크루즈(공화당·텍사스) 상원의원은 5천230만 달러, 마르코 루비오(공화당·플로리다) 상원의원은 4천80만 달러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무소속임에도 1천520만 달러나 거둬들여 당당히 6위에 올랐다.

'샌더스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을 포함해 1천만 달러(114억7천700만 원) 이상을 확보한 후보는 공화당 후보를 노리는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까지 합해 모두 8명이다.

그런데 부시 전 지사와 힐러리 전 장관의 정치자금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른 후보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거둬들인 자금 대부분이 '큰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큰 손들이 당선 가능성이 큰 이들에게 기부했다는 점에서 '대세론'의 주인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를 불안한 징후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시 전 지사는 전체 모금액 가운데 후보가 직접 거둬들인 돈은 1천140만 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 1억300만 달러는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등 외곽에서 거둬들였다.

심지어 부시 전 지사의 모금액 가운데 200달러 이하의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소액기부는 3.3%에 그친다.

반면에, 기부한도인 2천700달러를 꽉 채운 자금은 무려 81%나 된다.

힐러리 전 장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후보가 거둬들인 돈(4천750만 달러)이 외곽에서 모은 자금(1천560만 달러)보다는 많다.

하지만,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는 19%로 전체 자금의 5분의 1도 안된다.

2천700달러짜리 기부금은 62.9%를 차지한다.

큰 손들 이외에도 미국 금융중심지 월가도 두 사람에게 베팅하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부시 전 지사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직원들로부터 14만5천 달러를 거둬들인 데 이어 다른 7개 대형 투자은행도 부시 전 지사에게 16만7천 달러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 역시 미국 6대 은행의 직원들로부터 30만 달러를 쓸어담았으며,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임원들로부터는 8만8천 달러를 기부받았다.

반면에, 샌더스 상원의원은 외곽단체의 지원 없이 전액 본인이 직접 거둬들였다.

특히 200달러 이하의 소액기부가 전체 모금액의 80.7%나 된다.

공화당의 크루즈, 루비오 상원의원은 샌더스 의원과는 달리 외곽에서 거둬들인 돈이 더 많은 편이지만, 200달러 이하의 소액기부가 각각 47%, 27.6%나 된다는 점에서 자금 구조가 견실한 편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201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압도적으로 많았던 소액 기부자들로부터의 자금을 밑바탕으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꺾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