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온실가스 감축, 교토체제 탈퇴 선언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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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환경단체 모두 반발하는 탄소배출 감축 계획
유엔 탄소배출권 살 수 있으면 저가에 30% 줄여
교토체제 탈퇴하고 해외 배출권 수입금지 풀어야
"해외 배출권 수입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수정하고
교토체제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t당 500원인 유엔 탄소배출권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폴 마틴 전 캐나다 총리 정책고문 >
유엔 탄소배출권 살 수 있으면 저가에 30% 줄여
교토체제 탈퇴하고 해외 배출권 수입금지 풀어야
"해외 배출권 수입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수정하고
교토체제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t당 500원인 유엔 탄소배출권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폴 마틴 전 캐나다 총리 정책고문 >
온실가스 감축계획 논란
정부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하기 위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8억5060만t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약 15~30%씩 줄이는 네 가지 감축 시나리오를 최근 내놓았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감축안을 택하더라도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2020년 감축목표로 제시한 BAU(7억7610만t) 대비 30% 감축안에는 못 미친다. 정부의 수정 온실가스 감축안은 유엔에서 결정한 ‘감축목표 후퇴방지 협약’을 거스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존 목표보다 후퇴시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에서도 산업계는 물론 환경단체 모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국제적인 논란과 함께 설상가상 ‘탄소 관세’ 형태의 보복까지 예상된다. 그러나 길은 있다. 교토체제 탈퇴 선언과 함께 올 1월 시작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대폭 수정하면 이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 이전인 1992년부터 준비해 1997년 합의에 이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후진국으로 분류됐다. 선진국에 적용하는 감축의무 대신 BAU 대비 30% 이하 감축권고를 받았을 뿐이다. 선진국으로 들어가면 후진국에 대한 특혜인 구속력 없는 ‘감축권고’에서 ‘감축의무’로 바뀌는데, 이후 한국이 선진국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은 낮았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언젠가는 같은 길을 걸을 것을 우려한 중국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후진국에 주어지는 특혜로 BAU 대비 감축량을 5~20% 정도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2009년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30% 감축’을 공개 선언했다.
감축목표 후퇴에 탄소관세 우려
교토체제의 탄소배출권을 관장하는 유엔청정제도(CDM)는 한국과 같은 후진국에는 탄소배출권(CER)을 수입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고, 유엔 제도 아래에서 배출권을 생성·검증·인정받은 뒤 선진국에 수출만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한국은 2013년부터 배출권 수출마저 금지당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극빈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배출권 수출이 금지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배출권은 초(超)과잉공급 상태가 돼 t당 0.4유로(약 500원)에 시장가격이 형성된 지 2년이 넘었고, 지금은 가격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도 없다.
글로벌 ‘기후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한 한국은 기업들이 거래할 배출권이 필요해졌지만 교토체제상 후진국이어서 한국 국내나 해외 어디에서 생성했든 탄소배출권 수입과 사용이 금지돼 있다. 현재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은 구조적 공급 부족에 따라 t당 1만원이 넘는다.
유럽은 교토체제 아래에서 유럽배출권 거래제를 설립하고, 냉전이 끝나 동유럽 군수산업이 붕괴하면서 생긴 엄청난 양의 저렴한 탄소배출권을 이용할 수 있게 술수를 썼다. 즉 동유럽을 선진국으로 취급해 미국을 견제하며 대신 ‘이행기 경제’란 논리를 내세워 후진국에만 주어지는 배출권 수출 특혜를 부여했다. 탱크 등 군수물품 생산 축소에 따라 감소한 탄소배출량을 배출권으로 변환한 것이다. 게다가 유로화로만 유엔배출권을 거래하게 하는 등 유럽은 처음부터 교토체제를 유럽의 이익을 위해 치밀하게 이용했다.
미국 등이 외면한 교토체제
유럽의 의도를 파악한 미국은 처음부터 참가를 거부해 교토체제를 실질적으로 붕괴시켰다.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비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교토체제를 탈퇴해 교토체제는 이제 형식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교토체제 탈퇴는 일본이나 캐나다처럼 대외적인 발표만 하면 된다. 예상되는 후폭풍도 없다. 교토체제 탈퇴는 유엔 탈퇴가 아니어서 교토체제를 탈퇴한 러시아나 참가도 하지 않은 미국처럼 유엔과는 계속 협력할 수 있다. 뉴질랜드처럼 탈퇴 이후에도 유엔배출권을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탈퇴 후 자국이 새로 만든 원조금을 이용한 양자배출권 제도로 탄소 감축을 한다고 유엔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한국은 해외 배출권 수입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수정하고 탈퇴한 교토체제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t당 500원에 불과하고 물량 부족 가능성도 없는 유엔 탄소배출권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이 감축해야 하는 총량을 3억t으로 가정하고 3억t의 3분의 1을 유엔 탄소배출권으로 환산하면 500억원이다. 이 돈이면 20%가 아닌 30% 감축도 가능하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524개 국내 기업이 배출 감축의무가 있으니 500억원이면 기업당 1억원이 안 된다. 교토체제 탈퇴는 비유럽 OECD 국가인 한국에는 환경·경제·국격 모두를 잡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탄소를 규제하지 않는 중국 같은 나라의 기업과 경쟁할 경우에만 탄소감축 의무를 면제해주는데, 한국은 대부분 수출업체에 무료 탄소배출권을 공급하기 때문에 탄소규제를 하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수출품도 ‘무료 탄소 혜택’을 받는다. 유럽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의 경우 수출품에 대한 무료 탄소배출권은 불공정 국가보조금으로 간주돼 관세 보복을 받으며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미 이런 탄소 관세는 정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일본이 국제적으로 끊임없이 시비를 걸고 있는 지금 30% 감축 약속까지 거스르면 탄소 관세 공격은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
배출권 비용절감의 묘수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은 유엔배출권의 2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해외 배출권 수입이 금지돼 있는 현 제도를 국내 할당 3분의 1, 국내 상쇄 3분의 1, 해외 배출권 3분의 1로 바꾸면 배출권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30% 감축을 밀어붙이더라도 현 제도에서의 15% 감축 비용과 비슷해진다. 30% 감축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짓을 할 이유는 없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를 개선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30% 감축 약속은 지키고 국격·경제·환경 셋 다 살릴 수 있다.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은 상호배타적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정책이고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폴 마틴 전 캐나다 총리 정책고문 >
정부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하기 위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를 8억5060만t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약 15~30%씩 줄이는 네 가지 감축 시나리오를 최근 내놓았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감축안을 택하더라도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가 2020년 감축목표로 제시한 BAU(7억7610만t) 대비 30% 감축안에는 못 미친다. 정부의 수정 온실가스 감축안은 유엔에서 결정한 ‘감축목표 후퇴방지 협약’을 거스르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존 목표보다 후퇴시킨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에서도 산업계는 물론 환경단체 모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국제적인 논란과 함께 설상가상 ‘탄소 관세’ 형태의 보복까지 예상된다. 그러나 길은 있다. 교토체제 탈퇴 선언과 함께 올 1월 시작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대폭 수정하면 이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 이전인 1992년부터 준비해 1997년 합의에 이른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후진국으로 분류됐다. 선진국에 적용하는 감축의무 대신 BAU 대비 30% 이하 감축권고를 받았을 뿐이다. 선진국으로 들어가면 후진국에 대한 특혜인 구속력 없는 ‘감축권고’에서 ‘감축의무’로 바뀌는데, 이후 한국이 선진국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은 낮았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언젠가는 같은 길을 걸을 것을 우려한 중국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후진국에 주어지는 특혜로 BAU 대비 감축량을 5~20% 정도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2009년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30% 감축’을 공개 선언했다.
감축목표 후퇴에 탄소관세 우려
교토체제의 탄소배출권을 관장하는 유엔청정제도(CDM)는 한국과 같은 후진국에는 탄소배출권(CER)을 수입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고, 유엔 제도 아래에서 배출권을 생성·검증·인정받은 뒤 선진국에 수출만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한국은 2013년부터 배출권 수출마저 금지당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극빈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배출권 수출이 금지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배출권은 초(超)과잉공급 상태가 돼 t당 0.4유로(약 500원)에 시장가격이 형성된 지 2년이 넘었고, 지금은 가격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도 없다.
글로벌 ‘기후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한 한국은 기업들이 거래할 배출권이 필요해졌지만 교토체제상 후진국이어서 한국 국내나 해외 어디에서 생성했든 탄소배출권 수입과 사용이 금지돼 있다. 현재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은 구조적 공급 부족에 따라 t당 1만원이 넘는다.
유럽은 교토체제 아래에서 유럽배출권 거래제를 설립하고, 냉전이 끝나 동유럽 군수산업이 붕괴하면서 생긴 엄청난 양의 저렴한 탄소배출권을 이용할 수 있게 술수를 썼다. 즉 동유럽을 선진국으로 취급해 미국을 견제하며 대신 ‘이행기 경제’란 논리를 내세워 후진국에만 주어지는 배출권 수출 특혜를 부여했다. 탱크 등 군수물품 생산 축소에 따라 감소한 탄소배출량을 배출권으로 변환한 것이다. 게다가 유로화로만 유엔배출권을 거래하게 하는 등 유럽은 처음부터 교토체제를 유럽의 이익을 위해 치밀하게 이용했다.
미국 등이 외면한 교토체제
유럽의 의도를 파악한 미국은 처음부터 참가를 거부해 교토체제를 실질적으로 붕괴시켰다.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 비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교토체제를 탈퇴해 교토체제는 이제 형식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교토체제 탈퇴는 일본이나 캐나다처럼 대외적인 발표만 하면 된다. 예상되는 후폭풍도 없다. 교토체제 탈퇴는 유엔 탈퇴가 아니어서 교토체제를 탈퇴한 러시아나 참가도 하지 않은 미국처럼 유엔과는 계속 협력할 수 있다. 뉴질랜드처럼 탈퇴 이후에도 유엔배출권을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은 탈퇴 후 자국이 새로 만든 원조금을 이용한 양자배출권 제도로 탄소 감축을 한다고 유엔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한국은 해외 배출권 수입을 금지하는 현행법을 수정하고 탈퇴한 교토체제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t당 500원에 불과하고 물량 부족 가능성도 없는 유엔 탄소배출권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이 감축해야 하는 총량을 3억t으로 가정하고 3억t의 3분의 1을 유엔 탄소배출권으로 환산하면 500억원이다. 이 돈이면 20%가 아닌 30% 감축도 가능하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524개 국내 기업이 배출 감축의무가 있으니 500억원이면 기업당 1억원이 안 된다. 교토체제 탈퇴는 비유럽 OECD 국가인 한국에는 환경·경제·국격 모두를 잡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는 탄소를 규제하지 않는 중국 같은 나라의 기업과 경쟁할 경우에만 탄소감축 의무를 면제해주는데, 한국은 대부분 수출업체에 무료 탄소배출권을 공급하기 때문에 탄소규제를 하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수출품도 ‘무료 탄소 혜택’을 받는다. 유럽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의 경우 수출품에 대한 무료 탄소배출권은 불공정 국가보조금으로 간주돼 관세 보복을 받으며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미 이런 탄소 관세는 정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일본이 국제적으로 끊임없이 시비를 걸고 있는 지금 30% 감축 약속까지 거스르면 탄소 관세 공격은 시간문제로 봐야 한다.
배출권 비용절감의 묘수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은 유엔배출권의 2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해외 배출권 수입이 금지돼 있는 현 제도를 국내 할당 3분의 1, 국내 상쇄 3분의 1, 해외 배출권 3분의 1로 바꾸면 배출권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30% 감축을 밀어붙이더라도 현 제도에서의 15% 감축 비용과 비슷해진다. 30% 감축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짓을 할 이유는 없다. 현행 배출권거래제를 개선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30% 감축 약속은 지키고 국격·경제·환경 셋 다 살릴 수 있다.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은 상호배타적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정책이고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백광열 <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폴 마틴 전 캐나다 총리 정책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