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한경포럼] 학원 옆 김밥천국 문닫은 사연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한경포럼] 학원 옆 김밥천국 문닫은 사연
    회사 앞 김밥천국이 얼마 전 문을 닫았다. 그 옆 편의점에 물어보니 주인이 장사하기 싫어 그만뒀단다. 장사가 잘되는데 문을 닫았을까.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고작 3000~5000원짜리 밥집마저 폐업할 정도는 아닐 텐데.

    답은 맞은편 식당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인근 입시학원 학원생 감소로 주변 상권의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상인들 말로는 한때 2000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재수생 감소, 쉬운 수능, 대졸 취업난 등의 결과다. 듣고 보니 식당마다 북적이던 학생들이 요즘 눈에 띄게 줄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줄어 재수생 고시원은 직장인용 원룸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야 했다.

    경기침체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이 죽을 맛이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말로만 걱정하던 저출산 쇼크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메르스야 곧 지나가겠지만 저출산은 두고두고 견뎌야 할 만성질환이다.

    만18세 20년새 32만명 줄어

    통계청 인구추계를 보면 만 18세 인구는 2000년 82만명, 올해 65만명에서 5년 뒤인 2020년엔 50만명에 겨우 턱걸이다. 20년 새 32만명 급감하는 것이다. 현재 대입 정원이 56만명인데 대학 진학률이 70%면 지원자가 40만명도 안 된다. 더 심각한 게 군대다. 병역자원(만 18세 남자)은 2010년 37만명에서 2020년 25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이들이 전원 입대해도 60만 병력은 불가능하다.

    취학아동(만 6세) 감소는 이미 현실이다. 2000년 71만명에서 2011년 사상 최저인 44만3000명에 그쳤다. 합계출산율 사상 최저인 ‘1.08명 쇼크’ 때 태어난 2005년생이다. 그 뒤에도 출산율이 1.1~1.3명을 맴돌고 있어 학교가 남아돌 판이다.

    불과 5년 뒤면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이다. 저출산 쓰나미에 대비해 사회시스템을 서둘러 개조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얼기설기 계획만 있을 뿐, 저항은 거세고 실천은 지지부진하다. 민간은 어떻게든 적응하겠지만 경직된 공공섹터는 기득권의 덫에 걸려 답이 잘 안 보인다.

    저출산 해법, 생산성 제고뿐

    교육부가 내년 교사 정원 2300명 감축 계획을 밝히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거꾸로 매년 3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명분은 공교육 정상화인데 교사만 늘리면 정상화될까. 국방부는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명 선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120만 병력을 내세운 감축불가론도 거세다. 병력이 줄면 자동으로 줄여야 할 별(장성) 숫자는 2030년에나 검토 대상이란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변변한 자원도 없는 한국의 유일한 강점은 풍부한 인적자원이었다. 앞으로는 그 강점이 약점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왕성하게 일할 30~40대 인구는 이미 2006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 하강곡선과 오버랩된다. 내년부턴 15~64세 생산가능인구까지 처음 감소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08년 500만명에서 2020년 1100만명이 된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들은 인구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다. 연금, 노동, 교육, 부동산 등이 다 그렇다.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개혁 당하게 마련이다. 인구구조는 누가 어찌해 볼 도리도 없지 않은가. 저출산 쇼크 극복은 생산성 제고 외엔 달리 해법이 없다. 그것이 선진국 문턱을 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토요칼럼] 혈액난 부추기는 '헌혈 정년'

      전남 장성에 사는 김병구 씨, 제주에 사는 김광선 씨, 서울에 사는 신진용 씨…. 최근 몇 년 새 생의 마지막 헌혈을 한 기증자들이다. 수시로 찾던 채혈용 의자와 올해 1월 아쉽게 작별한 신씨는 그간 382차례 자신의 피를 뽑아 생면부지 타인을 살렸다. 김병구 씨는 401번, 김광선 씨는 437번 각각 헌혈의 집을 찾아 자신의 피를 나눴다.이들이 성인이 된 뒤 50년 가까이 이어오던 ‘헌혈하는 일상’을 끝내게 된 것은 은퇴 연령을 맞아서다. 국내에선 69세까지만 자신의 피를 남에게 기부하는 게 허용된다. 헌혈 은퇴 나이가 지금처럼 굳어진 것은 2008년 혈액관리법이 개정되면서다. 이전까지 64세이던 연령 제한이 5년 길어졌다. 이후 18년간 평균 수명이 늘고 고령 인구가 급증했지만 ‘헌혈 정년’은 그대로다.피는 생명을 지탱한다. 수혈이란 의료 행위가 처음 시행되던 때를 제외하면 혈액에 관한 제도 변화의 시간은 항상 느리게 흘렀다. 사람에게 처음 이식된 혈액은 ‘양의 피’였다. 1667년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주치의인 장 바티스트 드니는 살아있는 동물의 혈액을 사람에게 주입하면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다. ‘태양왕’의 신임을 받던 그는 고열에 시달리던 15세 소년에게 ‘세상에 없던 치료법’을 감행했다. 양의 동맥과 소년의 정맥을 이어 작은 우유팩 하나 분량의 혈액을 주입했다. 이후 소년의 증상이 호전되자 실험은 더 과감해졌다. 순하고 착한 양의 피를 난폭한 사람에게 넣어주는 ‘정신질환’ 치료에 나섰다. 기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면역 거부 반응 탓에 사망 사례가 잇따랐다. 세계 첫 ‘이종 간 수혈’은 결국 기네스북 속 기록으로만

    2. 2

      [사설] 혼란만 키운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보완 서둘러야

      어제로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가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입법 단계부터 제기됐던 ‘노사관계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노동계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따지는 교섭단위 관련 시정 요구를 무더기로 제기하면서 전국 지방노동위원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여러 하청 노조가 하나의 원청 기업을 상대로 ‘쪼개기 교섭’을 요구하는 ‘악몽’도 현실이 됐다.법 시행 이후 전국의 사업장은 노사 불안으로 혼돈의 아수라장이다. 수많은 하청 노조의 ‘벌떼 교섭 요구’는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7일까지 987개 하청 노조 소속 14만4805명이 368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단 한 달 만에 전국 노동위에는 지난해 연간 접수 건수(279건)와 동일한 양의 노란봉투법 관련 시정 요구가 접수됐다. ‘진짜 사장 나오라’는 하청 노조들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기업들은 어디까지를 교섭 상대로 봐야 하는지, 어떤 내용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워하고 있다.설상가상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노동위가 일방적으로 노동계 손을 들어주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어제까지 전국 지방노동위에 접수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과 교섭단위 분리 신청 중 21건에 대한 판단이 내려졌다. 사실 공고 시정 신청사건은 10건 모두 인용됐고,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동시에 하는 11건 중에선 7건(63.6%)이 인용됐다. 그 결과 포스코는 최소 4개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여러 공공기관에선

    3. 3

      [부고] 김원삼(제주항공 홍보팀장)씨 부친상

      ▶김기문 씨 별세, 김원하·김원권·김원삼(제주항공 홍보팀장)·김미혜씨 부친상, 박경인·윤소정·강민정(NH농협금융지주 ESG상생금융부 팀장)씨 시부상 = 9일 제주 그랜드부민장례식장 4호실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