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생' 세대를 위한 책임
지난 주말 종영된 드라마 ‘미생’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다. 미생(未生), 한자로 풀면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라는 뜻으로 바둑판에서 완전히 죽은 돌인 사석(死石)과는 달리 완생(完生)의 여지가 있는 돌을 의미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은 기성세대에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잔혹할 만큼 현실적이라는 것, 청년세대에는 치열한 사회 속에서 완생이 되고자 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인 고졸 검정고시 출신 계약직 사원 장그래에게 완생은 정규직이 되는 것을 넘어 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그래의 완생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의 완생일 것이다.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제6차 청년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이 드라마를 거론하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현재 청년 실업률은 8%를 상회하는 33만6000명에 이른다.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대한민국 존립의 문제다. 세계 최저 수준인 대한민국의 출산율 1.19명을 유지할 경우 60년 후인 2074년에는 2000만명을 거쳐 2750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구 0명으로 소멸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출산의 문제는 결혼 문제로, 결혼은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의 문제로, 경제적 자립은 지금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로 직결된다. 청년들이 미생인 국가가 완생일 수 없다. 미생의 청년들을 위한 전 사회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남극의 황제펭귄은 영하 85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겨울 속에서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해 1만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루커리’라는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허들링’을 시작한다. 두 발 사이에 알을 품고 빼곡하고 거대한 무리를 이뤄 서로의 체온으로 눈 폭풍을 견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쪽 펭귄들이 무리의 밖으로 이동하면서 바깥쪽 펭귄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그렇게 겨울을 견뎌 미생의 알들을 부화시켜 완생의 삶으로 내보낸다. 우리 사회도 미생의 청년들을 위한 루커리와 허들링이 필요하다. ‘공존’을 위한 공동체의 지혜이다.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나도 가능한 겁니까”라고 묻는 장그래에게 “그래”라고 말해줄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정병국 < 새누리당 의원 withbg@naver.com >